코로나 백신
2020년 07월 28일(화) 00:00 가가
“이 유행병은 천체의 작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인간을 올바르게 만들기 위해 하느님이 가하신 정의로운 노여움에 의한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만…”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가 쓴 작품 ‘데카메론’(Decameron)에 나오는 구절이다. 14세기에 흑사병(페스트)의 원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탈리아의 무역 도시 피렌체의 경우 1348년 흑사병 유행으로 인구 10만 명 중 절반이 사망했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에서 흑사병에 대처하는 피렌체 사람들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집안에 들어앉아 절제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 실컷 마시고 노래 부르며 하고 싶은 대로 향락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이 두 부류의 중간쯤 되는 사람들이다. 아직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알지 못하던 때였으니 백신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전염병은 암흑의 중세 시대를 마감하고 ‘인간’을 중심에 둔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광주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 170명을 비롯해 어제까지 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더욱이 ‘7말·8초’ 여름휴가 시즌마저 겹쳐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았는데도 미리 사재기부터 하려 드는 경우도 있다는 소식이다. 그야말로 글로벌 백신 쟁탈전이다.
한데 이런 화학 백신만이 유일한 대안일까?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신간 ‘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생태 백신’과 ‘행동 백신’을 제안한다. ‘생태 백신’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공장식 축산 등을 반성하며 고치는 것이다. ‘행동 백신’은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맞는 첫 여름휴가. 피서객들은 휴가지 ‘3행(行)·3금(禁)’과 같은 ‘행동 백신’을 유념하면서 코로나19를 이겨 내야겠다. 현재로선 마스크와 거리 두기가 유일한 ‘백신’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
마스크를 쓰고 맞는 첫 여름휴가. 피서객들은 휴가지 ‘3행(行)·3금(禁)’과 같은 ‘행동 백신’을 유념하면서 코로나19를 이겨 내야겠다. 현재로선 마스크와 거리 두기가 유일한 ‘백신’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