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하는 전남농업
2020년 07월 28일(화) 00:00

[김 경 호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

1961년 세계 최초로 우주에 다녀온 유리 가가린은 귀환 인터뷰에서 처음 본 지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주는 매우 어두웠으나 지구는 푸르렀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였다.” 1968년 아폴로 8호가 최초로 찍은 사진 속 지구는 정말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구슬이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매년 20억 톤의 먼지가 발생해 지구의 숨통을 죄고 있다. 거대한 먼지 구름은 대기 중을 떠다니며 공기, 물, 토양을 더럽히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어 인류의 운명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머지않아 지구가 먼지 행성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는 규모와 파급력에서 그 어떤 사회 문제와도 차원이 다른 실존적 위기인 만큼 세계 각국은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응 방향은 크게 완화와 적응, 두 갈래다. 완화는 온실 가스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고, 적응은 기후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맞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춰 대비하는 것이다.

기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농업 분야 역시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각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농업 예산의 40%를 투입하고 있다. 2030년까지 화학 농약 사용량을 50%, 비료는 20% 감축하고 유럽 전 농지의 25%를 유기 농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후 및 환경친화적인 농업 생태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농도인 전남도 여기에 초점을 두고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선 유기농 중심의 친환경 농업 육성으로 자연과 농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친환경 인증 면적 전국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면서 유기 인증 면적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선진 유기 농업을 연구하고 전파할 유기농 명인도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유기농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유기농 생태 마을, 친환경 유기 농업 복합타운 등 체험·관광 기반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맞춤형 영농 시스템의 개발 및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환경 정보와 작물 생육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스마트 팜이 대표적이다. 현재 고흥에는 교육, 연구, 생산, 수출 기능이 집약된 스마트 팜 혁신 밸리를 조성 중이다. 앞으로 세계를 이끌 첨단 농업 융복합 단지이자 청년 창업 모델로 우뚝 세울 것이다. 또한 환경친화형 스마트 축산단지를 구축해 생산성과 품질은 높이고 환경 오염과 질병 발생은 최소화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화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전국 주요 농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면서 패션 푸르트, 애플망고, 파파야, 커피 등 아열대 작물이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에 전남은 기후 변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 대응 농업 연구단지를 유치하고자 힘쓰고 있다. 장성에 들어서기로 확정된 아열대 작물 실증센터를 비롯해 기후 변화 대응 농업연구소와 농업체험 교육단지까지 모두 끌어와 미래 농업의 전초기지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최근 정부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여러 분야에 걸쳐 자연친화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그린 뉴딜을 추진 중이다. 전남 농업이 꿈꾸는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지속해 생산하는 것이다. 말은 단순하지만 그에 담긴 의미는 크고 무겁다. 기후 변화 시대에 가장 실현하기 힘든 미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 농업의 역사에서 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온 전남이기에 이번에도 모두를 위한 미래를 열기 위해 주저 없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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