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밧줄
2020년 07월 27일(월) 00:00 가가
고전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세월을 뛰어넘는 보편성’에 있다 할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바뀌더라도, 사람의 내면에 면면히 이어져 온 인간 정신의 정수가 고전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중국의 고전 관자(管子)에 나오는 ‘네 개의 밧줄’(사유, 四維) 이야기가 절로 떠오른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자 중국 최고의 경세가인 관중(管仲)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책 목민편(牧民篇)에는 국가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네 개의 밧줄’이 제시되어 있다.
“나라에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네 개의 밧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세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져 혼란에 빠지고, 네 개가 모두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하고 만다. 기우는 것은 바로 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으며, 뒤집어지는 것은 일으켜 세워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멸망한 것은 다시 일으킬 수 없다.”
너무도 유명한 이 이야기에서 ‘네 개의 밧줄’은 바로 예·의·염·치(禮義廉恥)다. ‘예’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넘지 않는 것이며, ‘의’는 분별없이 나서지 않는 것이다. ‘염’은 잘못을 숨기지 않는 것이며, ‘치’는 부끄러움을 알고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고기 잡는 그물이 형태를 유지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려면, 그물코가 벌어지거나 뜨지 않게끔 네 개의 밧줄이 튼튼하게 버텨 주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을 돌아보면 국민에게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는 이미 오래전에 잊은 듯하다. ‘내가 최고’라며 분별없이 나서는 사람도 사방 천지에 깔렸다.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합법적’이라며 적반하장 격으로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나서서 민심을 우롱하는 것이 작금의 세상이다.
우리나라를 유지해 온 밧줄이 얼마나 삭았는지, 몇 개나 끊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아직 국가가 건재하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닐 터다. 더 늦기 전에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중국의 고전 관자(管子)에 나오는 ‘네 개의 밧줄’(사유, 四維) 이야기가 절로 떠오른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자 중국 최고의 경세가인 관중(管仲)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책 목민편(牧民篇)에는 국가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네 개의 밧줄’이 제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유지해 온 밧줄이 얼마나 삭았는지, 몇 개나 끊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아직 국가가 건재하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닐 터다. 더 늦기 전에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