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경 공화국’을 아십니까
2020년 07월 22일(수) 00:00

박 성 수 미래남도연구원장·전남대 명예교수

‘서인경 공화국’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대개들 생소하겠다 싶어 언급해 보았다. 다름 아닌 서울·인천·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 지역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음을 일컫는 말이다. 얼마 전 통계청은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과 향후 인구 전망’을 통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582만 명보다 14만 명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했다. 이처럼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것은 1970년 인구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기에 이번 인구 전망보고서는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통계청은 앞으로 국가 인구가 전체적으로 줄겠지만, 비수도권 인구 감소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10대와 20대에서 1인 가구 단위로 수도권에 들어오는 추세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전입 사유는 직업, 교육, 주택 등이 대다수라는 것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충청권 북부 지역과 강원권 서부 지역이 이미 같은 생활권으로 수도권에 편입된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감안할 때 향후 수도권의 영역은 현재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광주와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의 전국 5개 상공회의소 회장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며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사연인즉 정부가 리쇼어링(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유턴해 돌아오는 기업) 기업 유치를 위해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완화하고 지방에만 적용되던 중소기업 특별 지원지역에 수도권을 포함하는 등 본격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 의지를 보였기에 이를 우려한 비수도권 상의 의장들이 함께 뜻을 모으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경제가 날로 어려워져 가는 상황에서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이 인구의 절반 이상과 국가 자원 대부분을 점하고 있음은 대단히 잘못된 불균형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말이다. 이 무슨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인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수도권에 있는 대학의 정원 확대를 주장하고 나서 지방대학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KDI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대학 전공과 직업 간의 미스매치 현상은 서인경 지역 대학들의 입학 정원 규제와 학과별 취업 정보의 부족 등에 기인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제를 푸는 것이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인재 유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지방대학들의 위상은 날로 실추되어 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사람이 경쟁력일진대, 이렇게 되면 지방의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도대체 지금처럼 낙후된 우리 지역을 누가 지킬 것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현 정부가 보여 주고 있는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일련의 정책들은 서둘러 거두어 들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요 며칠 사이 우리 남도 지역의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아 참 걱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포스트 코로나 19와 지역의 기회’라는 연구 보고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수도권 인구 집중을 부추기고 지방 소멸을 앞당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코로나 피해가 본격적으로 커진 3~4월에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2만 7500명으로 지난해 1만 2800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점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유출된 인구 네 명 중 세 명이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심화될 지역 격차를 예견해 볼 때 광주·전남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된다. 우리의 젊은 인재들이 고향을 등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풍요로운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이 놓쳐서는 안될 골든 타임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수도권 중심의 제반 정책이 수립되지 않도록 비수도권 지역 지자체 간의 연대를 통해 대처해 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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