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종말’
2020년 07월 20일(월) 00:00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2678만 명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워싱턴대 연구진이 최근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한 논문의 일부 내용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 현재의 인구(5164만 명)는 사실상 반토막이 난다. 스페인·일본을 포함한 23개 국가의 인구도 절반으로 떨어진다. 세계의 출산율 또한 2017년 2.4명에서 1.7명까지 감소하게 된다. 연구진은 특히 전체 195개 국가 중 183개 국가의 출산율이 인구 유지 수준인 2.1명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젊은이들은 출산을 포기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 신자유주의 시카고학파인 베커의 소비자 이론은 나름의 근거가 될 것 같다. 1992년 노벨상 수상자인 베커는 ‘출산의 기회비용보다 양육의 즐거움이나 노후 의존 등 효용이 커야 아기를 낳는다’는 논리를 편다. 다시 말해 거액의 지출이 수반되는 교육 등을 감안하면 출산을 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강고한 자본주의 신분사회에서 젊은이들이 혹여 자녀가 흙수저로 대물림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혼주의 확산과 1인 가구 증가는 이미 사회의 ‘트렌드’가 돼 버렸다. 결혼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하더니, 나아가 결혼 여부가 전혀 중요하지 않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가파른 이혼율 증가와 함께 황혼이혼이나 졸혼(卒婚) 등이 보편화되면서, 결혼-출산-양육으로 이어지는 모델은 더 이상 의미 있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030년쯤이면 결혼 제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 혹은 경제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의 결혼 방식은 점점 ‘유물’로 변할 거라는 얘기다. 물론 성급한 단정일지 모르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결혼의 종말’이 작금의 인구 감소처럼 현실화될지 모른다. ‘결혼의 종말’이라는 책을 쓴 한중섭 작가의 말은 다분히 시사적이다. “분명한 점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되었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미래의 사랑·섹스·연애·결혼은 오늘날의 그것과 전혀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