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클럽’
2020년 07월 17일(금) 00:00 가가
호타준족(好打駿足). 야구에서 장타력과 빠른 발을 모두 갖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장타자는 발이 느리고 발이 빠른 선수는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장타와 도루에 모두 능한 선수들이 있다. 타이거즈의 이종범은 1997년 ‘30-30클럽’(홈런·도루 모두 30개 이상)에 가입해 해태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NC의 테임즈는 2015년 KBO 리그 최초로 ‘40-40 클럽’의 문을 열었다.
야구에 ‘홈런-도루 클럽’이 있다면, 축구에는 ‘골-도움 클럽’이 있다. 특히 야구가 팀당 144~162경기를 할 때 축구는 그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8경기를 치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득점과 도움 두 부문 모두 뛰어난 성적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한데 엊그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10-10 클럽’ 회원이 됐다. 리그 최정상급 선수들만 누리는 영예이며, 유럽리그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다. 올 시즌 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든 선수를 통틀어도, 단 두 명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코로나19 공백기를 딛고 이룬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10-10 클럽’도 어려운데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는 최근 22골 20도움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역사상 최초의 ‘20-20 클럽’을 열었다. 빅리그를 통틀어서도 티에리 앙리 이후 역대 두 번째다. 그는 개인 통산 700골을 돌파했고 라리가에서 역대 최다인 441골과 함께 184개의 도움을 기록한 ‘도움왕’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자신의 동료 질 들뢰즈(1925~1995년)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들뢰즈라는 번개가 일었다. 아마도 어느 날 20세기는 들뢰즈의 시대로 불릴 것이다.” 그의 말대로 들뢰즈의 사유는 철학을 넘어 문학·사회학·예술 등 전반에 커다란 자극을 주고 있다. 푸코의 표현을 빌려 축구를 얘기한다면 우리는 지금 ‘손흥민의 시대’와 ‘메시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자신의 골을 넘어 동료들까지 빛나게 하는 이들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많은 선수들에 자극을 주고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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