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죽음 놓고 또다시 갈라진 정치권
2020년 07월 13일(월) 00:00 가가
박원순 서울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만큼 깨끗한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만큼 존경받는 정치인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고인은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고 아름다운재단·아름다운가게를 운영했던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대부였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정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그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바로 전날 전직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를 당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아직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과연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그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자세인데, 특히 정치권이 또다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가 우선이라는 분위기 속에 주요 인사들이 조문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박 시장에게 제기된 의혹과는 별개로 여성 권익 보호에 앞장선 인권변호사와 재벌 비리에 저항한 사회운동가, 서민을 보살핀 서울시장으로서의 공적을 기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반면 통합당은 여권의 추모 움직임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피해자 신상 털기에 이어서 색출 작전까지 지금 2차 가해가 심각하다”며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또한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서울시청 직원을 향해 연대를 표하며 조문 거부 입장을 밝혔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의 애도가 당연한 것처럼 통합당의 염려도, 정의당의 조문 거부도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다만 누가 됐건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채 오로지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투는 진영 대결로 흘러가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의 애도가 당연한 것처럼 통합당의 염려도, 정의당의 조문 거부도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다만 누가 됐건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채 오로지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투는 진영 대결로 흘러가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