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삶이 우선 아닌가
2020년 07월 01일(수) 00:00

[전상봉 여수 직포마을 어촌계장]

필자는 여수시 남면 금오도 직포마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어민이다. 조상대대로 농사도 짓고 바다에서 고기도 잡고 있으며, 지자체에서 지정해 준 농어촌 민박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어촌계장을 맡아 해양수산부의 ‘어촌 뉴딜 300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그동안 마을 숙원 사업이었던 방파제 연장, 기반 시설과 편의 시설의 설치 등에 나설 수 있게 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이 앞선다. 직포마을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기반 시설 및 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일부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국립공원 내에 편입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오도 주민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필자는 창고, 막사 등 건축물을 짓는 영농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네 차례 국립공원 직원들에게 적발돼 100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낸 바 있다. 없는 형편에 당연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행위에 대해 단속을 당하고 막대한 벌금까지 내다 보니 의욕이 상실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울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국립공원 지정 당시인 1981년은 전두환의 군부 독재 시절로, 국립공원의 지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주민들의 엉터리 동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은 금오도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 이후 사유지에 작은 건물 건축 인허가도 받을 수 없어 40년 동안 주민들은 거의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이 전남의 관광 자원이며, 특히 금오도를 찾는 외지인들은 날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은 좁고 노후돼 주민들은 물론 외지인들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귀어·귀촌을 받으려 해도 이들이 들어와서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없으니 이 역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외지 방문객들의 경우 금오도가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비렁길 주변의 개인 사유 농지를 개척하거나 표토를 제거한 경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국립공원 직원들은 이 같은 민원을 근거로 주민들을 형사 고발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삶의 질 향상이나 소득 증진을 위한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벌금만 늘어나니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할 것이다. 필자 역시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벌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운 금오도를 보호하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취지에는 분명히 동의한다. 필자만이 아니라 금오도의 주민이라면 누구도 우리의 자산이기도 한 금오도의 자연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금오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고통을 받거나 결국 떠나게 해서는 안 되며, 금오도를 찾는 외지인들이 만족할 정도 수준의 시설은 설치돼야 한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을 현재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과 원칙도 사람이 살게 하기 위한 것이며, 자연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사무소 등 관련 기관 역시 보호해야 할 자연과 환경만큼 그 안에서 몇 대를 이어 오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감안한 행정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오도는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다. 이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의 현실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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