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 일본에 ‘정시착’…“3차 한류 재점화”
2020년 06월 29일(월) 17:45
‘사랑의 불시착’·‘이태원 클라쓰’ 넷플릭스 타고 일본서 쌍끌이 흥행
“K팝 이어 기존 한류 팬보다 다양한 세대·성별로 이어진 확장성 주목”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tvN ‘사랑의 불시착’과 JTBC ‘이태원 클라쓰’의 일본 내 열기가 심상치 않다.

주연 배우가 잡지 표지 모델로 발탁되고, 일본 유명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상평을 나누는 등 2004년 ‘겨울연가’의 열풍을 재연하는 모양새다.

일부 드라마만 반짝 흥행하는 수준을 넘어, 2~3년 전부터 불어온 소비재 위주의 ‘3차 한류’가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재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사랑의 불시착’·‘이태원 클라쓰’ 일본서 쌍끌이 흥행

아사히신문은 지난 16일 “한류 드라마 열풍이 재연되고 있다”며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열풍을 견인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 2월 16일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가 동시 공개된 뒤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최대 리뷰 사이트 ‘필마크’(Filmarks)에서 5점 만점에 무려 4.6점을 기록했다. 2016년 일본 TBS에서 방송돼 사회적 신드롬까지 일으킨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4.2점)보다도 높은 기록이다.

특히 고정관념을 뒤집는 북한군 장교 리정혁 캐릭터에 대한 일본 여성들의 지지가 눈에 띈다. 잘 나가는 재벌 상속녀 윤세리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리정혁에 대해 일각에선 ‘포스트 미투(Me Too) 시대의 히어로’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에서 한국판, 청춘판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로 불린다. ‘한자와 나오키’는 2013년 일본에서 시청률 40%를 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히트 드라마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은행원 주인공 한자와가 조직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거대 조직에 대해 복수를 품고 스스로 그 안으로 뛰어든다는 점에서 ‘이태원 클라쓰’와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

현지에선 일본 정서에 걸맞은 비즈니스 복수극의 뼈대에 청춘들의 연애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넷플릭스 타고 ‘3차 한류’ 재점화…“K콘텐츠 경쟁력 갖췄다”

한국 드라마 인기 배경으로는 일본에서 두 드라마가 유통된 플랫폼, 넷플릭스의 역할이 가장 먼저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보포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기준 일본의 SVOD(월정액 주문형 비디오) 시장에서 점유율 13.8%를 차지하며 플랫폼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 생활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대 초 지상파 NHK에서 ‘겨울연가’가 방송되던 당시와 차이점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작품 하나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한국 콘텐츠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가 촉발한 한국 드라마 붐이 일본의 ‘3차 한류’를 다시 점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내 한류 흐름은 2000년대 초 ‘겨울연가’와 배용준이 일으킨 ‘1차 한류’, 2010년께 동방신기 등 K팝이 주축이 된 ‘2차 한류’, 2018년부터 시작된 한국 화장품과 치즈닭갈비 등 소비재 중심의 ‘3차 한류’로 나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황선혜 일본 비즈니스센터장은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엄마나 할머니가 ‘겨울연가’에 빠진 걸 보면서 한류에 대한 친근감은 있었지만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콘서트 티켓을 살 만한 경제력은 없었다. 값싼 소비재 위주로 즐기던 이 세대가 한국 콘텐츠에 빠진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이어 “한류에 친근감을 가졌고 K팝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에 정착하고, 지금은 기존 한류와 전혀 상관없는 세대·성별로까지 확대가 됐다”며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로 시작된 관심이 ‘더 킹’, ‘킹덤’, ‘SKY 캐슬’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이 굉장히 성장했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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