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날
2020년 06월 23일(화) 00:00 가가
지난달 제주의 한 특수학교를 방문했다. 그날은 마침 ‘등교 개학’을 시작하던 날이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보조 교사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축제의 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떠들썩했다. 오랜 휴교 끝의 등교여서 모두들 들떠 서로서로를 반가워하며 환대하고 있었다. 장애인 학생들은 휴교 기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에서 벗어났기에 학교 가는 날이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였을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 달 이상 학교의 개교에 대해 교육 당국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해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들은 한동안 애를 태웠다. 아이들이 장기간 학교 가지 못하면서 집집마다 난리법석이었다. 아이가 둘 이상인 집은 아이들끼리 집에 오래 있다 보니 티격태격하다 사이가 나빠져서 가정 내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누가 노트북을 쓰고 누가 컴퓨터를 쓸 것이냐로 싸우기도 했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삼시 세끼를 차리느라 고역이었다. 한편 다른 나라에서는 이혼·가정폭력·아동학대가 증가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집에 아이를 돌봐줄 어른이 있는 경우는 점심을 차려주고 아이들과 함께한다. 하지만 부모가 일을 하거나, 돌봄을 담당할 조부모가 없는 경우, 아이들은 방치되었다. 이 기간 동안 학교의 급식이 아니면 양질의 음식을 접할 수 없는 결식아동들은 무엇을 먹고 지냈을지 걱정도 들었다.
제주 장애인학교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휴~ 이제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등교를 했다. 교사들은 가정 내 고립의 생활을 견디고 학교로 온 아이들을 반갑게 환대했다. 온라인 교육이 시작된 이후 인지적 학습과 관련된 것들은 일부 보충이 가능했다. 하지만 학교의 급식 혹은 교우관계, 사회성 교육 등과 관련된 것은 온라인이 모두 보충해줄 수 없다. 더욱이 저학년 아이들 그리고 인지능력이 낮은 발달장애인 등의 경우 온라인 교육 환경은 무용지물이다. 그렇기에 제주 장애인특수학교가 개교하던 날은 떠들썩한 축제날이었던 것이다. 그곳은 또한 우리가 디지털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삶과 환대의 현장이었다.
학교의 교육·급식·돌봄이 공백으로 있던 동안 제주에서는 발달장애인 고교생과 그 어머니가 동반자살을 한 일이 있었다. 광주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동반자살했고, 울산에서는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화재로 장애인 형제가 사망했다. 창녕에서는 학대를 견디지 못한 아동이 맨발로 탈출하는 등 불행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코로나19의 재난 상황은 사회 각계각층에 모두 영향을 주고 있지만 특히 취약집단에 더 가혹한 것 같다. 학교와 이들의 상시적 돌봄 공간이 문을 닫으며, 당사자와 가족들은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누구보다도 온기와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절절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지 못해 향후 뇌 발달이나 성장발달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걱정이다. 전쟁을 겪은 아이들처럼 트라우마가 남을 가능성이 있으며, 아무래도 일상적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성장발달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교실과 운동장에서 친구를 만나 신나게 뛰어놀지 못하는 상황이니, 아이들이 맘 편히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 공간뿐이다. 최근의 뇌과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사회적 결핍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체로 뇌의 부피가 감소한다고 한다. 애정·온기나 관계 맺기 등 다양한 자극을 받지 못할 경우 뇌는 쪼그라든다.
그래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심리, 인지, 체력, 사회성의 차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혹시라도 뇌는 쪼그라들고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특히 장애인이나 빈곤 및 고립된 가정, 그리고 고아나 다문화 가정 등 취약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이 재난을 견디어 가고 있는지, 사후의 영향은 무엇일지에 대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이후 우리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학교의 교육·급식·돌봄이 공백으로 있던 동안 제주에서는 발달장애인 고교생과 그 어머니가 동반자살을 한 일이 있었다. 광주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동반자살했고, 울산에서는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화재로 장애인 형제가 사망했다. 창녕에서는 학대를 견디지 못한 아동이 맨발로 탈출하는 등 불행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코로나19의 재난 상황은 사회 각계각층에 모두 영향을 주고 있지만 특히 취약집단에 더 가혹한 것 같다. 학교와 이들의 상시적 돌봄 공간이 문을 닫으며, 당사자와 가족들은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누구보다도 온기와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절절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지 못해 향후 뇌 발달이나 성장발달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걱정이다. 전쟁을 겪은 아이들처럼 트라우마가 남을 가능성이 있으며, 아무래도 일상적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성장발달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교실과 운동장에서 친구를 만나 신나게 뛰어놀지 못하는 상황이니, 아이들이 맘 편히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 공간뿐이다. 최근의 뇌과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사회적 결핍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체로 뇌의 부피가 감소한다고 한다. 애정·온기나 관계 맺기 등 다양한 자극을 받지 못할 경우 뇌는 쪼그라든다.
그래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심리, 인지, 체력, 사회성의 차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혹시라도 뇌는 쪼그라들고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특히 장애인이나 빈곤 및 고립된 가정, 그리고 고아나 다문화 가정 등 취약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이 재난을 견디어 가고 있는지, 사후의 영향은 무엇일지에 대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이후 우리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