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드라마 속 성소수자의 변화
2020년 06월 22일(월) 18:00
tvN ‘가족입니다’ 윤태형 역 김태훈
JTBC ‘야식남녀’ 태완 역 이학주 등
특별한 존재 아닌 일반적 인물 묘사로
사회 곳곳 장벽과 맞서 편견·선입견 극복

‘가족입니다’ 김태훈

사회 곳곳에서 보호색으로 실제 모습을 숨기고 사는 성소수자들.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드라마라면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출연 장벽 자체가 높았던 과거 드라마 환경에서 성소수자는 등장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고, 극의 감초나 조연급으로서 코믹하게 다뤄진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연이나 주조연급으로 등장하고, 이들이 사회 곳곳의 장벽에 부딪히고 갈등을 빚는 내용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게 특징이다.

tvN 월화극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속 가정의학과 의사 윤태형(김태훈 분)은 보수적인 의사 집안 장남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은주(추자현)와 결혼했다.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던 그가 은주를 이용해 평범을 가장하고 살아온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갑론을박을 펼친다. 성소수자인 태형을 이해하는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서만 논란이 됐던 성소수자의 위장 결혼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인 것도 사실이다. 은주가 태형의 본심을 알게 된 상황에서 태형은 사과하기보다 오히려 인생 내내 묵혀왔던 분노를 은주에게 폭발시킨다. 평범하고 완전한 가정을 꿈꿔온 은주에게 “가증스럽다”고 소리치는 그의 모습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기도 하다.

JTBC 월화극 ‘야식남녀’에도 주연급 성소수자가 등장한다.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반전 매력의 천재 디자이너 태완(이학주)이다. 타고난 눈썰미와 피나는 노력으로 일등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그는 태형보다는 솔직하다.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게이인 척하는 진성(정일우)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며 상대에게 “내가 좋아하는 걸 외면하지 않겠다”고 고백할 줄도 안다.

그는 그렇게 진성을 가운데 두고 아진(강지영)과 의도치 않은 삼각 로맨스 경쟁을 벌이게 된다. 남녀관계의 전유물이었던 삼각관계에 남남(男男) 구도를 정면으로 내세운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태원 클라쓰’ 이주영
인기리에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에는 트랜스젠더가 등장했다. 이주영이 연기한 단밤 포차의 주방장 현이다. 요리 대회를 앞둔 현이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자취를 감췄다가 이서(김다미)의 격려에 다시 당당하게 세상에 나서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2월 2부작으로 선보였던 JTBC ‘안녕 드라큘라’ 속 안나(서현)도 성소수자다. 중학생 때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마음”이라는 엄마의 말에 좌절감 속에 살다 곧 서른을 앞뒀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 엄마와도 점점 멀어지던 그는 결국에는 엄마에게서 “네가 나중에 인생을 되돌아볼 때 모든 순간에 네 편 돼주진 못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변함없이 네 편일 것”이라는 말을 듣고 또 한 뼘 성장한다.

이렇듯 최근 드라마에 등장하는 성소수자 캐릭터들은 직업이나 성별과도 무관하게 곳곳에 있으며, 지극히 일상적이다. 그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는 그대로 묘사된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도 “요즘 성소수자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똑같은 인물로 극에서 묘사된다. 성적 정체성은 캐릭터의 배경일 뿐이고, 그 안에서 캐릭터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구축된다. 여러 캐릭터 중 하나로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추세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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