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 영광 안마도에서 휴식을
2020년 06월 19일(금) 00:00

홍석봉 영광군 부군수

지난 1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우리 일상을 위축시키고 있다. 마스크 쓰기는 당연한 의무가 됐고 교류와 만남, 행사 등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항공사, 관광업체, 요식업체 등의 경영난은 심각한 지경이다.

도시민들의 피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고 외출하더라도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를 피하는 등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 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덥다는 일기 예보까지 나오면서 휴가지를 선택하는 도시민들의 고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와 찜통더위에서 벗어나 지친 일상을 위로하길 원한다면 영광 안마도(鞍馬島)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사람의 밀집이 무엇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기에 섬, 특히 다리가 없는 섬의 경우 여객선의 승객 정원이 있는데다 하루에 오가는 횟수 역시 정해져 있어 자연스럽게 인원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마도의 경우 여객선이 하루 한 번밖에 없으며, 여객선 정원은 150명(차량 15대)에 불과하다. 물때에 따라 출발 및 도착 시간이 달라지고, 소요 시간이 2시간 20분으로 상당하다는 점도 이 시기에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불편한 만큼 이 섬을 찾는 외지인들은 적을 수 밖에 없었으며, 청정한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한 번 찾은 사람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보석 같은 섬이 바로 안마도다.

우선 안마도는 육지로부터 먼바다에 위치한 까닭에 수심이 깊어 물이 맑고 깨끗하다. 기온은 인근 육지와 비교할 때 여름에는 1~2도 낮고 겨울에는 1~2도 높아 따뜻하다.

봄과 여름에는 파도가 잔잔한 날이 많아 전국의 강태공들이 많이 찾는다. 섬 주위 어디서나 감성돔 농어, 우럭 등이 잘 잡히고 특히 방파제 주변에서 낚시가 잘된다. 그 밖에 꽃게, 병어, 새우, 해삼 등의 어획량이 많고 야생 약초를 먹고 자란 한우와 5월에 잡은 지네를 말려 독주에 넣어 만든 지네주도 유명하다.

안마도는 먼 바다에 위치해 있어 파랑의 영향을 많이 받아 섬 주변은 해식애, 해식동, 시 스택(sea stack)이 발달해 있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말코바위, 손오공바위, 사랑바위, 위험을 알려 주는 소리가 나는 동굴바위, 써쿠리바위 등 장엄한 기암괴석과 거대한 동굴들, 희귀 식물 그리고 60여 종의 새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안마도라는 지명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모두 말과 연관이 있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이 섬에서 말을 키웠기 때문이다. 세종실록지리지를 살펴보면 안마도 목장에 33필의 말을 방목한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임금이 안마도의 양마(良馬)를 골라오도록 하고 안마도에서 말을 치기 편한가를 살펴 아뢰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전남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안마도는 4.327㎢의 면적에, 18.7㎞의 해안선을 가진 큰 섬이다. 안마 본섬을 중심으로 북동쪽에는 석만도(石蔓島), 소석만도, 서쪽에는 죽도(竹島), 횡도(橫島), 남서쪽에는 오도(梧島)를 합쳐 안마 군도(群島)를 이루고 있으며, 이 섬들 역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 가운데 횡도는 안마 군도에서 가장 외해에 속하기 때문에 영해 기점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임진왜란 때 모든 섬들이 왜구의 침입을 받았는데 유일하게 이 섬만 비켜 가서 비키섬이라 불렀으며 한자 이름으로 횡도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안마도는 지난해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공모 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5년간 50억 원의 예산으로 둘레길 정비, 경관 식물 재배, 안마도 상징 조형물 설치, 방문자 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천혜의 자연 자원을 보존하면서 지역의 잠재력과 테마를 살린 이색 섬 관광지로 조성해 ‘가고. 오고. 먹고. 자고. 쉬고. 걷고. 놀고. 사고’ 할 수 있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300년이 넘는 동백나무 군락과 국내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뽕잎피나무가 자생하는 아름다운 해안 숲을 간직해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안마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도시인들이 몸과 마음의 안마를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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