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으로 가는 길, 블루 농수산
2020년 06월 17일(수) 00:00

[김 경 호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

세계적 문화인류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라는 저서를 통해 문명 간에 우열이 생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를 정복했었던 문명은 우연하게도 농업과 목축이 발달하기에 좋은 곳에서 시작했고, 이후 풍족한 식량을 바탕으로 앞선 사회 체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가축을 키우면서 얻게 된 균에 대한 면역력은 그들이 세계를 정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즉 환경적 차이가 힘의 우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의 환경 결정론적 관점에는 이견이 있지만 특정한 환경 조건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문명국의 힘이 과거 우연히 주어진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미래를 주도하기 위한 힘도 현재의 환경 변화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가 새 천년의 비전으로 추진 중인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에는 그러한 생각과 의지가 담겨있다. 블루 이코노미는 전남의 청정 자연자원과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을 융복합해 세계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가겠다는 프로젝트다. 에너지 신산업, 관광, 바이오, 미래 운송기기, 농수산, 스마트 시티까지 6대 분야로서 올해를 그 원년으로 삼고 환황해권 경제의 중심축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바로 여기에 블루 농수산이 있다. 농업은 인류의 생명 산업으로서 한때 문명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다른 첨단 산업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런 농업이 이제 식량 안보의 중심이자 미래 먹거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블루 농수산은 블루라는 색의 세 가지 이미지로 비전을 이끌어 가고자 한다.

첫째, 블루는 청정, 깨끗함이다. 이제 사람들은 농업을 생각할 때 생산량과 더불어 청결과 안전에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이 미래 농업의 핵심이 된 것이다. 전남도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두고 유기농 중심의 친환경 농업을 키우고 있다. 전국 최대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 면적을 바탕으로 생산·가공·유통·수출 및 체험·관광이 융복합된 친환경 농업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아울러 해양 쓰레기를 말끔하게 치워 청정한 바다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노력할 것이다.

둘째, 블루는 혁신, 새로움이다. 농촌의 빠른 고령화로 인력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남도는 이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 구조를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로 혁신하려 한다. 우선,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등 무인·자동화가 가능한 첨단농업 기계화 농업생산 시범단지를 구축해 미래 농업의 표준 모델을 정립하고자 한다. 자동화·지능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첨단 친환경 양식 수산물 생산 기반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셋째, 블루는 지속, 영원함이다. 농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래 왔듯 인류와 영원히 함께 가야 할 생명 산업이다. 그러한 농업이 기후 변화, 농촌 인구 감소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전남도는 신소득 유망 아열대작물 실증센터를 조성하는 등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청년 창농타운 조성 등 미래 농업을 이끌어 나갈 인력 육성에 힘써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려 한다.

이렇듯 블루 농수산은 농어업인의 삶의 터전을 가꾸고,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자연 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하는 등 농어업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공익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확장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과거의 농업이 결과적으로 문명의 우열을 낳았다면, 블루 농수산은 앞으로 문명의 화합과 상생에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오랜 시간 뒤에 블루 농수산이 미래 농업에 혁신을 불러온 좋은 사례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도록 전남도는 오늘도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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