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광주도시계획 이렇게] 초고층 건물 시대의 광주 도시경관 전략
2020년 06월 15일(월) 00:00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한국조경학회 회원

우리나라 경관법이 제정된 2007년보다 10여 년 앞선 1990년대는 광주를 포함한 국내 도시들이 자체적으로 경관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도시 경관 관리가 장기적 과제라는 점에서 30년은 의미 있는 간격이며, 마침 2020년은 그 마디의 시점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30년 미래인 2050년의 광주 도시 경관을 그려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하나의 방법으로 1990년에 목표로 했던 2020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 결론은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 30년 예상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1990년대 초반, 도시 주변 보전녹지나 산자락까지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무등산과 같이 시민들에게 공유되는 경관 자원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와 그에 대응한 경관 관리 요구가 광주의 도시 경관 이슈였다. 결과는 이미 드러난 바와 같다. 기대했던 경관 관리는 실패했고, 도시를 만드는 다른 요인들이 우선되어 아파트로 대표되는 건설의 풍경이 광주를 대표하는 지배적 경관이 되었다.

계획이 현실 문제에 대해 항상 올바른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목적을 얼마만큼 달성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계획에는 항상 평가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계획 결과에 대한 평가를 게을리하거나, 벗어난 예상을 회고하기 싫어 짐짓 뭉개버린다면 그 계획은 목적달성 여부를 떠나 이미 실패한 것이 된다.

도시 경관 계획은 자연 경관을 보전하고 개발을 규제해 환경을 지키는 것에만 목표를 두지는 않는다. 과거부터 도시 기반이 되어왔던 자연, 지형, 풍토의 틀을 유지하면서 시민들의 생활과 정서적 공유로부터 맥락을 찾는 것이 경관 계획에서는 더 중요한 본질이다.

광주시는 그동안 시가지 건설을 통해 도시를 만들어 오면서도 역설적으로 도시 경관 만들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도시 주변 산 경관을 대신해 고층 아파트 스카이라인이 지배적이 된 것은 광주시 도시 경관 만들기의 가능성을 차단한 경관 훼손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2020년 현재 광천동의 호반 서밋(158m, 48층)을 필두로 높이 100m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초고층부 기준)와 주상 복합 건물은 8개소이며, 앞으로 2년 안에 완공할 예정으로 공사 중인 100m 이상 건물이 9개, 현재 승인된 건물이 5개이다. 상업용 건물과 달리 적어도 2동 이상의 주상복합 단지는 높이뿐 아니라 면적으로 시야를 차단하기 때문에 이전의 조망 차단 규모와는 클래스가 다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개방감을 일거에 바꾸는 이러한 변화는, 20년간 줄곧 광주의 가장 높은 건물 순위를 차지해 온 양동의 KDB생명 빌딩(134m), 동구 대인동 광주은행(94m), 광주광역시청(85m)과 비교할 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초고층화하는 현상을 실감케 한다. 여기서 100m 표고는 1990년대 도시 경관 이슈에서 조망 보호 기준이 되었던 보전녹지 표고와도 일치한다. 무등산을 비롯해 도시 주변 개발 억제지의 경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건물 높이에 그치지 않는 연관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 도시 맥락이 되어왔던 주변 산 경관보다 초고층의 스카이라인이 도시의 진면목을 대신해 등장한 것이다.

다른 대도시들과 비교해보면 광주는 초고층 건물 수나 높이에서 확실히 낮은 수준에 머물지만 그 이유를 무등산 조망 규제의 결과라고 진단하고, 사람이 사는 공동체를 건설 상품으로 취급하며, 타자의 시선으로 낙후라는 굴레를 씌우는 평가는 광주시민으로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내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초고층화된, 혹은 될 것이 뻔한 경관을 어떻게 되돌리는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가능성을 통해 도시 경관 회복을 꿈꾼다면, 경관에 대한 관점을 시각적인 것에서부터 시민 문화 활동과 도시의 활성화로 돌리는 전략적 정책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뉴욕 맨하탄의 마천루군 아래에서는 오히려 고층 건물들이 보이지 않고 즐겁고 활력에 찬 도시가 구가되듯, 늘어나는 초고층 건물군에 대한 바람직한 도시 경관 만들기는 접고, 도시가 대형 블럭으로 구역화되어 접촉이 빈번해야 할 도시 활동을 방해하는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입체적 경관 만들기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용도의 혼합을 통한 사람들의 활기만이 도시를 이루는 부분들에 적절한 구조와 형태를 부여한다”고 한 제인 제이콥스의 지적을 경관적으로 해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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