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광주 도시계획 이렇게] 인구 정체기의 도시, 질적 성장 주력해야
2020년 06월 08일(월) 00:00

이세규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원

최근 많은 도시들이 인구 정체와 경제 둔화라는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헤리 덴트(Harry Dent)는 이미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인구 절벽’을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2006년부터 인구 감소와 출산 저하를 대비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 들어 연속 0%대 출생률을 기록하면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사태의 심각성과 함께 적극적인 방안 마련을 지적하고 있다.

광주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통계청의 인구지표 중위추계 자료에 의하면, 2017년 150만 명이었던 광주의 인구는 2027년 144만 명, 2035년 137만 명, 2047년에는 126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앞으로 도시 공간과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광주를 둘러싼 계획 환경의 관성은 여전히 이 같은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 채 기존의 양적 성장과 개발의 추세가 여전히 남아 있어 우려스럽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전개될 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절실하다. 가장 변화가 시급한 것은 도시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개선이다. 공간 계획의 최상위 법률부터 ‘양적 개발’의 개념을 인구 감소에 대처할 수 있는 ‘질적 성장’의 개념으로 쇄신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 감소에 맞추기 위해 기존의 도시 용지를 축소해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앙 정부의 하향식 개발로 도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개발 방식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시기에는 적절했으나, 인구 감소기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지적된다. 앞으로는 개발 중심보다 ‘여유’와 ‘공생’이 도시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모토(motto)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지역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관리형 도시 계획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방 분권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지방 분권과 관리형 도시계획을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방 정부는 도시기본계획에 ‘압축 도시’와 ‘스마트 도시’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많은 신시가지가 교외 지역에 집중적으로 조성됐다. 이 같은 외연 확산은 도시 관리와 운영 차원에서 앞으로 도시 지자체의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될 것이다. 압축 도시는 도시의 토지 이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원도심의 활력을 유도한다. 그리고 스마트 도시는 도시 경영과 인력 관리 차원의 비용 절감에 효율적이기 때문에 필요한 계획 요소이다.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이미 압축 도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훗카이도 에니와시는 기존 인구 성장형 도시계획의 관행을 버리고 인구 축소에 적합한 개발 전략을 도시기본계획에 담아내었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인 철도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공간 구조를 압축적으로 재편성했고, 보행권의 배리어 프리(무장애)와 대중교통의 네트워크를 확충하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역 생활권으로 재정비했다.

또 지방 정부는 효과적인 도시 관리를 위해 입지 적정화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전반적인 도시의 기능과 위치를 재배치하고, 공공시설과 대중교통 강화를 통해 시가지의 활성화를 유도하면서 국유 재산의 활용 방안을 마련해 다양한 시책과 연계해야 한다. 지방 정부는 입지 적정화 계획을 통해 시책들의 정합성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종합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인구 감소기에는 ‘작지만 행복한 도시’를 위한 ‘연성적이고 섬세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도시계획이 물리적 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도시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이 ‘연성적’ 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비전과 목표로 바꾸고 있다. 교토시가 인구 절벽으로 인한 새로운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기본계획의 비전을 문화 도시와 건강 도시에 초점을 맞추어 수정한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광주시도 인구 정체를 넘어 인구 절벽의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도시계획도 양적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을 위한 질적 관리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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