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섬·갯벌·다리·음식 … 낭만과 역사까지 관광자원으로
2020년 06월 08일(월) 00:00
<7> 다양한 색채, 차별화된 전남 관광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여름. <순천시 제공>

전남 22개 시·군에는 개개 특징을 담은 관광자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 1호 지리산, 월출산, 주작산 등에, 다도해를 품은 깨끗한 바다, 너른 갯벌, 긴 해안선이 있다. 전국 팔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남도 음식은 누구에게나 극찬을 받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밤이면 낭만이 내려앉는 여수 바다, 근대문화유산의 보고 목포 원도심, 담양의 죽녹원, 보성 차밭, 섬과 섬 그리고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연도교까지 남도 구석구석에 깔린 관광자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민선 7기 전남도가 관광산업을 지역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점찍고 나선 것은 이처럼 풍부한 자원 덕분이다. 천혜의 자원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일으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여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내여행이 국외여행을 상당수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전남 관광산업 발전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남을 찾은 관광객이 6000만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관광산업이 전남 경제에 보다 많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스치듯 하루 머무는 전남 관광이 아닌 ‘체류형 전남 관광’이 되도록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완도군 노화읍 죽굴도에서 촬영되는 tvN 삼시세끼 어촌편. < tvN 제공>
◇지천에 깔린 관광자원 엮어 미래 산업으로= 관광산업에서 전남의 강점은 비교우위의 해양자원과 풍부한 문화유산, 맛깔스러운 남도 음식 등이 우선 거론된다. 전국의 섬 3352개 가운데 전남에는 전체의 65%인 2165개가 쏠려 있다. 유인도 역시 전체 465개 중 272개(58.5%)가 전남에 있다. 단순히 섬 개수가 많은 것을 넘어 하나의 섬은 하나 이상의 개성과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 세끼-어촌편’ 무대는 완도 노화읍의 작은 섬, 죽굴도다. TV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무대가 언제부터 남도의 이름 모를 작은 섬과 어촌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전남도 관광정책 담당자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해마다 봄꽃 필 무렵 완도 청산도에는 외지인으로 넘쳐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전국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청산도를 찾은 관광객이 지난해 27만9000명에 이를 정도다.

청산도는 이청준 원작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관광상품으로 아직 자리매김하지 못한 갯벌의 가능성도 무한하다. 2019년 기준 람사르협회에 등록된 국내 람사르 습지 23곳 가운데 5곳이 전남에 있다. 2005년 지정된 신안 장도 산지 습지, 순천만·보성갯벌(2006년 지정), 무안갯벌(2008년), 신안 증도 갯벌(2011년), 순천 동천 하구(2016년) 등이다. 전국 해안선의 45%인 6743㎞에 이르는 전남의 해안선 역시 곧 보석처럼 빛을 발할 자원의 하나로 꼽힌다.

이순신대교, 천사대교 등 연륙·연도교는 물자와 사람의 이동 편의 개선을 넘어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여수 돌산에서 고흥 영남 간 10개 섬, 11개 해상교량으로 연결한 39.1㎞ 도로를 부르는 ‘백리섬섬길’ 역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목포 해상케이블카, 체류형 관광지로 급부상한 진도 쏠비치리조트 역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해 해양관광단지로 꾸미기로 한 여수 경도의 변신도 기대된다. 전남개발공사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오는 2029년까지 경도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6성급 호텔과 마리나(요트·유람선 정박지), 워터파크, 인공해변, 컨벤션센터 등을 갖춘 해양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불교 문화유산도 곳곳에 숨 쉬고 있다.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이름난 사찰과 크고 작은 사찰은 물론 백제불교 최초도래지(무안)까지 불교를 주제로 한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여행·관광 즐거움의 백미는 남도음식이다. 장흥 한우, 목포 갈치조림, 무안 낙지요리, 곡성 흑돼지 요리, 나주 곰탕, 여수 꽃게·바닷장어 요리를 비롯해 전남 22개 시·군마다 특산요릿집 등 맛집이 넘쳐난다.

여행 트렌드가 이전에는 ‘여행을 가서 맛집을 간다’였다면, 근래 들어 ‘맛집을 가려고 여행을 간다’로 바뀌는 경향도 전남에는 긍정적이다. 이 경우 맛집을 앞세운 남도 음식을 다른 관광자원과 자연스럽게 엮어내느냐가 관광객 유치 확대, 관광수익 증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지목된다.



삭힌 홍어와 수육을 익힌 김치에 싸서 먹는 홍어삼합. <광주일보 자료사진>
섬진강 재첩국. <광주일보 자료사진>
◇과제는 관광 인프라 확충과 교통 접근성 개선= 전남 관광산업이 새 전기를 맞이하기 위해 전남도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보유한 관광자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관광 인프라, 관광사업체 확충이 우선 거론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사업체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남에는 여행업체 773개, 관광숙박업체 295개, 국제회의업체 6개, 유원시설업체 113개, 관광편의시설업체 388개가 있다. 여행업체는 전국 2만2115개의 3.4%, 국제회의업체는 전국 1061개의 0.5%에 그친다. 관광숙박업체는 전국 2243개의 13.1%에 해당하지만 영세 업체가 상당수다. 전남도 역시 2019년 1월 마련한 ‘전남 관광 비전과 전략 보고서’에서 “국내외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관광숙박시설이 부족하다. 특히 전남의 자랑거리인 섬 지역의 경우 크게 부족하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관광객 유치와 관광객 지출 확대를 위한 쇼핑시설 부족도 문제다.

전남도는 역시 같은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쇼핑시설 부족과 안내체계 미흡”을 거론하면서 “사후면세점이 454곳 있으나, 선호 상품 부족과 교통편 안내 부족과 의사소통 능력 등 수용태세 미흡으로 이용이 저조하다”고 자성했다.

각종 규제로 인해 전남만의 자원을 적절한 수준에서 개발하는 것도 난제로 꼽힌다. 흑산공항 건설이 대표적이다. 전남도는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단축돼 주민과 이용객의 교통편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흑산공항을 디딤돌 삼아 흑산도가 동북아 생태관광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3차례에 걸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가로막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철새 보호 대책과 국립공원 가치 훼손, 안전성 등의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조성 중인 여수 경도지구 해양관광단지 조감도. 미래에셋 측은 1단계 사업 기간인 오는 2024년까지 경도(2.14㎢·64만여평) 일원에 호텔, 콘도, 상업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돌산과 경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도 건설 예정이다.<광주일보 자료사진>
일각에서는 순천·여수를 비롯한 전남 동부권과 목포·신안 등 서부권의 관광 인프라 차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광자원은 큰 차이가 없으나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 전후로 동부권에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 여행사·컨벤션센터 등 관광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면서 동부권으로 관광객이 쏠리고, 상대적으로 서부권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의 소비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수준 높은 관광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국민 여행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매년 많은 관광객이 전남을 찾고 있으나 이들의 소비 지출은 11만1000원(1회 평균 지출 비용) 수준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다. 제주 46만8000원, 강원 17만9000원, 부산 13만7000원이다. 광주 역시 10만5000원에 그친다. 단 하루 스치듯 머무는 관광이 아닌 체류형 관광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전남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년 나아지고 있지만, 교통 접근성 개선 역시 만년 과제로 지목된다.

무안공항을 거치는 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2025년 완공)의 조기 완공, 흑산공항 착공, 남해안철도(2023년 완공), 전라선(익산~여수) KTX 증편 및 수서발 KTX 투입 등 접근성 개선은 민선 7기 전남도가 안고 있는 과제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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