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극복을 바라며
2020년 06월 05일(금) 00:00

[황옥주 전 광주수필문학회 회장]

방송이고 신문이고 자고 나면 코로나19 이야기로 난리다. 사람이 저지른 무지함이 재앙을 불러와 하늘이 세계 곳곳에 흙비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나온 역사에서 늘 그랬듯 끝내는 개일 하늘이지만 언제가 그날일지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발병 당시 중국의 눈치나 살피던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심스러운 자세가 너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도 지나 버렸다. 다정했던 나라끼리도 서로서로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망가진 제집 울타리 손질하기가 바쁘다.

며칠 전 환자 치료에 지친 간호사가 거추장스러운 복장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잠깐 졸고 있는 모습이 TV를 스쳤다. 세상에 얼마나 힘들고 피곤했으면 그랬을까? 남의 일 같지가 않아 가슴이 아렸다. 무단히 죄지은 심정이 되어 차마 바로 보기 미안해 눈길을 돌렸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이렇게 제 건강도 챙기지 못하고 희생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역행하듯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기가 막힌다. 어찌하여 신은 사람을 이리도 복잡하게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 불감증 … 유흥가는 불야성’ 얼마 전 광주일보의 톱기사다. 광주만이 이런 건 아닐 터인데, 이게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 실상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젊은이들의 용기인가 광기인가?

마스크도 안 쓴 한 20대 대학생에게 “코로나 감염이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20, 30대는 잘 걸리지도 않고 걸려도 대부분 증상도 없이 지나간다”고 했다 한다. 과연 정상적인 판단력을 지닌 것인지 한심스럽다.

젊으니까 괜찮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설명이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런 것도 아니란다. 젊은 층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결과물이 속속 발표되고 있단다. 무엇보다 증상은 미약해도 전파력이 크다는 사실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설령 코로나19가 젊은이들에게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하자. 진실로 중요한 것은 사람은 사회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적 사고가 무섭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독 중의 독이다.

나 한사람의 무모한 행동이 부모 형제나 친척, 소중한 많은 이웃들을 힘들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왜 못 할까? 어쩌다가 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의 생각이 여기에 이르렀는지! 젊은이들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는 세계 지성인들의 가르침을 되새겨 볼 일이다.

최근 체코 정부가 코로나 위험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는 낭보가 있었다. 직항 노선 중단 조치도 해제한다고 했다. 한국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밝게 보고 있다는 의미겠다. 체코처럼 판단하는 국가가 또 늘어나기를 바라지만 누구도 내일을 예단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절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호소를 외면하고 아직도 학생들을 불러들여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학원들이 우리를 분노케 한다. 나라야 망가지든 말든 우리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이기적 속내가 너무 야속하다.

그뿐인가? 일부 종교 집단의 행태는 더 기가 막히다. 코로나19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은 교회가 많다. 하나님의 약속이나 명령은 무겁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는가?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종교인가? 인류가 더 혹독한 재앙에 시달리기를 하느님이 원할까? 이탈리아나 미국이나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소금이 없어 소금물 소독을 못할까? 하나님의 명령과 약속만을 내세운 예배가 코로나19 확산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된다면 그건 하나님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질병으로 인한 희생은 순교도 아니다.

우선은 냉정하게 고통 받고 있는 우리의 이웃으로 눈을 돌려 봤으면 좋겠다. 공존을 위해 이기적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교문이 열리고 무탈하게 교육이 이뤄질 날을 기다리며 정부나 지자체의 시책에 적극 협조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아름다운 봉사자, 의료진 여러분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우리 국민들은 오래오래 당신들을 기억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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