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당부 : “금쪽같은 내 자식들 마스크 잘 쓰고 다니그라”
2020년 06월 04일(목) 00:00

김병하 작 ‘어머니의 신신당부’

엊그제 다녀온 서울의 모습은 광주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여느 때와 달리 어디를 가도 한산한 까닭에 택시타기도 수월했고, 평일에도 당연했던 교통 체증 없는 서울 거리가 낯설었다. 광주에서 그랬듯이 거리를 다니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외계인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 서둘러 마스크를 꺼내야 했다.

서울에 있는 딸에게는 마스크를 꼭 챙기라고 당부해놓고 스스로는 건성이었던 것이다. 마스크는 우리 일상에서 생존의 필수품이건만 ‘청정 지역’에서 살고 있는 자부심이 한순간 방심하게 했던 것 같다.

김병하 작가(1969~ )의 ‘어머니의 신신당부’(2020년 작)는 마스크를 쓰고 푸성귀를 다듬던 어머니가 자식걱정에 잠시 손을 멈추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김병하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지난 5월 한 달 동안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전시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광주미술인 희망 릴레이 챌린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 자식을 향해 ‘신신당부’하는 고향의 어머니를 담았다.

코로나로 가족을 걱정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애틋한 시절. 작가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마음이 아마도 모든 어른의 마음과 같을 것이어서 그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금쪽같은 내 자식들아! 마스크 잘 쓰고 다니그라 잉!”하는 엄마들의 음성이 그림 속 마스크를 넘어 메아리쳐 온다.

김병하작가는 80년대 전남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거리와 캠퍼스 등 민중미술현장에서 걸개그림과 플래카드 등의 작업을 활발하게 해오다가 이후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하여 현재는 그림책 작가로 명성이 높다. ‘고라니 텃밭’ ‘보리밭은 재미있다’ ‘보리타작하는 날’ 등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그림책에 그림을 그려오면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소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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