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한중 관계 그리고 한국 외교
2020년 06월 02일(화) 00:00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예상을 넘어선 초유의 도전이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국제 질서는 더욱 불확실하고 불안정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양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국제 협력을 이끌어 내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 주기는커녕 정치권력과 국익 확보를 위한 예측 불가의 치열한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되고 30년이 지나 인류가 공동 번영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어야 마땅한 시점에 오히려 ‘신냉전’이 운위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열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세력 경쟁은 한반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고 있다. 지구적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한반도만은 유독 냉전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연이은 개최로 가졌던 한반도 냉전 종식의 기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의 심화라는 격변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혼돈에도 유독 한중 관계는 코로나19가 계기가 되어 오히려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갖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한중 관계는 2016년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수교 이래 최악으로 악화된 이후 최근까지도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중 양국은 코로나 발생 초기 출입국 차단을 둘러싼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상호 협력의 계기와 동력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화상회의와 한중 간 코로나19 대응 방역 협력 대화, 기업인 입국 간소화 절차 수립 등은 국제적 각자도생의 분위기 속에 중요한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그리고 차제에 한중 간 방역 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협의체 구성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그리하여 위축된 양국 간 전략 대화를 재활성화하고 한반도의 불확실성을 함께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이 새로 협력의 계기가 마련된 현시점에서 지난 28년의 한중 관계를 냉철하게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경제 교류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양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치 외교 관계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혼란스러운 기복을 반복해 왔다. 한중 관계의 복잡성의 이면에는 한반도가 여전히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는 구조적 한계, 즉 북핵 문제와 미·중 세력 경쟁이라는 외생변수가 양자 관계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과 코로나 대응 협력 과정에서도 양국 관계를 압도하고 있는 외생변수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중국의 주변 외교 활성화와 한국과의 협력 시도 역시 미국과의 경쟁 차원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위기를 겨냥한 미·중 간의 역내 세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외생변수가 한반도와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의 영역과 강도는 예상외로 넓고 강력해질 수 있다.

국제 정세의 유동성에 매우 민감하고 취약한 지정학적 특성이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단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예측성,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인내심을 키우며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미 외교, 대중 외교, 대북 정책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며 종합적인 전략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강대국 리더십의 약화 또는 부재 시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한국과 같은 중견국 또는 중견국 연대의 역할과 위상이 부각될 여지가 있는 만큼 한국의 외교 활동을 중견국 연대에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전개할 필요가 있다. 마침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차별화된 ‘한국형’ 대응 방안, 즉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효과를 획득한 특별한 자산을 축적했다.

한국이 획득한 방역의 경험 자산을 국제사회에 제공하면서 한국의 전략 가치와 위상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자칫 ‘K 방역모델’의 지나친 과시가 오히려 국내외적으로 역풍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시민사회와 의료계가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뒤에서 지원하는 공공외교의 방식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해가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방역 협력을 매개로 한국이 한·중·일, 한·미·중, 한·일·미·중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을 제의하고 추진하여 역내 다자적 협력 공간을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외생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국의 독자적 전략 가치를 확장하는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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