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강 정신, 그리고 꽃창포 시대
2020년 05월 26일(화) 00:00

[유두석 장성군수]

장성군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황룡강은 장성의 ‘동맥’이다. 오랜 시간 맑고 깨끗한 물로 자연과 사람을 보살펴 왔다. 장성에서 나고 자란 내게는 황룡강에 얽힌 유년시절의 추억이 많다. 여름이면 멱을 감고 겨울에는 얼음을 지치며 놀았던 시간들이 기억 한편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최근 황룡강에 얽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담당 부서에 제안했다. ‘황룡강 옛날 사진 공모전’을 열자는 것이었다. 황룡강의 변천사를 사진을 통해 공유하며, 그 가치와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함이었다.

70년대 이후로 황룡강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강 상류에 장성호가 조성됐으며, 곧게 뻗어 있던 강의 모습은 땅의 쓰임에 따라 이리저리 휘어졌다. 유량이 줄어들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강변에는 잡풀만 무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내 황룡강은 ‘새 냉장고를 장만했을 때 헌 냉장고 버리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십여 년 전, 고향 장성군을 관리해 보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건설교통부에서 명예퇴직한 나는 ‘황룡강이 살아나야 장성도 산다’고 생각했다. 이후 ‘황룡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정원 지정을 목표로 체계적인 강 관리를 해 나가고 있다.

황룡강에서 착안한 색채 마케팅으로 ‘옐로우시티 장성’을 브랜드화했다. 나아가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해 군민의 행복을 목표로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황룡강에서는 꽃축제를 추진했다. 영국 유학 시절, 첼시 플라워쇼를 관람한 뒤부터 줄곧 구상해온 이벤트였다. 주위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내게는 ‘한 송이 꽃으로도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다.

그렇게 군민들과 함께 10억 송이의 꽃을 심어 준비한 ‘황룡강 노란꽃잔치’는 작년까지 3년 연속 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주위에서는 인구 5만 명의 농촌에서, 그것도 국토의 가치를 재발견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한다.

황룡강 르네상스와 옐로우시티 장성, 그리고 노란꽃잔치의 괄목할 만한 성공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온 군민이 함께 이뤄냈다’는 점이다. 오늘날 옐로우시티 장성이 일궈낸 성장과 발전은 5만 군민의 거버넌스를 토대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이를 ‘황룡강 정신’이라 부르고자 한다.

‘황룡강 정신’은 모두가 힘과 뜻을 하나로 모아 국토의 가치를 새롭게 하고, 장성의 새 지도를 그려가는 것이다. 장성군은 황룡강 지류인 취암천 물줄기를 바꿔 부지를 확보해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성 공설운동장을 건립하고 있다.

장성군은 2022년 전남 체전 유치를 준비 중이다. 또 ‘황룡의 머리’ 격인 황미르랜드에는 사계절 볼거리를 제공하는 테마 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다.

황룡강 일원에는 대규모 꽃창포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작년 7월 민선 7기 1주년 기념식을 통해 ‘황룡강 꽃창포 시대’를 선언한 장성군은 황룡강변 1.7㎞ 구간에 32만여 본의 노란 꽃창포를 식재했다. 이후 초대형 가을 태풍인 링링, 타파, 미탁이 닥쳐왔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얼마 전 첫 개화에 성공했다.

올해 노란 꽃창포 20만 본을 추가로 식재할 계획인 장성군은 황룡강 꽃창포 단지를 새로운 관광 명소로 육성할 방침이다.

노란꽃창포는 다른 수생 식물에 비해 수질 정화 능력이 5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랑나비를 연상시키는 꽃의 아름다움은 군락을 이뤘을 때 장관을 연출한다. ‘꽃창포 시대’는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황룡강의 ‘제2의 도약’인 셈이다.

노란꽃창포의 꽃말은 ‘당신을 향한 믿음’이다. 민·관의 두터운 신뢰와 협업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한 옐로우시티 장성의 황룡강 정신이, 꽃창포 단지를 통해 감동으로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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