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과 손바닥
2020년 05월 14일(목) 00:00
감염병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 치명적이다. 14세기 몽골군의 시신에서 시작된 흑사병은 유럽 중세도시의 인구 25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17세기 영국과 19세기 중국 등에서 다시 위력을 떨쳤던 이 감염병은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항생제 페니실린이 등장하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만이 아니라 2002년 사스를 시작으로,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최근 감염병의 도시 침공은 4~7년 간격으로 계속되고 있다. 의료 기술, 방역 체계, 위생 수준 등의 발전으로 이를 간신히 방어하고 있지만, 과거 어느 시대보다 과도한 인구가 모여 사는 현대의 도시들은 감염병에 있어서 큰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염병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도시’의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정적인 ‘대면 접촉’이 가능한 도시 공간 구성 방안을 고민하고, 도시의 다양한 서비스가 농어촌에서도 가능할 수 있도록 ‘현명한 분산’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노력은 지금 우려하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도시의 과밀에 의한 감염병의 위협보다 더 심각한 것은 수도권의 초과밀로 인한 지방의 소멸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지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이지만, 국토 균형 발전 분야에서만큼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듯하다. 지난 4월 현재 인구 5184만 명 가운데 수도권 인구가 2598만 명을 넘어서 절반을 초과한 지 오래며, 수도권의 소득도 이미 60%를 넘어선 가운데 2015년 이후 더 증가하는 경향마저 보였기 때문이다.

도시는 농어촌으로 인해 존재한다. 인재와 물자의 대부분을 농어촌으로부터 수혈받고 있다. 수도권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 없이 수도권이 있을 수 없다. 마치 손등과 손바닥처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데, 그 하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단비와도 같았던 ‘혁신도시’ 약효도 다해 가고 있는 지금, 가장 열악한 지방에 대한 정부의 깜짝 놀랄 만한 부양 대책이 절실하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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