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명예 회복은 독립유공자 예우로
2020년 05월 11일(월) 00:00

고석규 목포대 사학과 명예교수·전 목포대 총장

올해로 126주년을 맞는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반침략 투쟁의 선구로서 근현대 민족·민주 운동의 원동력이었다. 이 나라 근대사의 길을 여는 이 혁명의 길에 우리 호남인이 앞장섰고, 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항일 투쟁으로 이어가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는 점에서 우리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 지난 2004년 3월 5일 공포되었다. 실로 110년만에 우리의 뒤틀린 역사 하나가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또 오랜 논란 끝에 2019년 2월 19일,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이 동학농민혁명의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그리하여 125년만에 처음으로 국가 기념일 행사를 가졌다. 이때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동학 민초들의 염원과 분노는 25년 동안 응축됐다가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으로 폭발했다. 그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9명은 동학농민군 출신이었다”라고 하여 3·1운동의 동력이 동학농민혁명에서 나왔음을 언명하였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해에 나온 이런 기념사는 동학농민혁명이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뿌리였음을 공식화한 셈이었다.

오늘로 그 두 번째 기념일을 맞는다. ‘동학난’이라 불리며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던 불과 한 세대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정한 ‘명예 회복’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명예 회복이 마무리되려면 마땅히 ‘독립유공자’ 예우 대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하 독립유공자법)에 따르면 독립유공자의 적용 대상자는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 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자”로 되어있다. 국권 침탈을 반대하여 일제에 항거한 점에서 본다면, 동학농민혁명의 2차 봉기는 분명히 거기에 해당한다.

2차 봉기 때인 11월 12일, 전봉준이 동도창의소(東徒倡義所) 이름으로 낸 ‘경군과 영병에게 고시하고 인민에게 교시함’이란 글을 보면, “우리 동도가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소멸하고 개화당을 제압하여 조정을 태평하게 하고 사직을 보전하고자 한다. … 방금 대군(일본군)이 서울로 들이닥쳐 사방이 흉흉한데 편벽되게 (조선 사람끼리) 서로 싸우기만 한다면 이는 골육상전이라 할 만하다. … 같이 척왜척화(斥倭斥和)하여 조선이 왜국이 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합하여 큰일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여 관군과 군교들에게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일본군을 물리쳐 나라를 구하자고 호소하였다. 일제의 국권 침탈에 민족의 힘을 모아 항거하여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다.

전남의 농민군들도 혼연일체가 되어 2차 봉기의 대열에 당당히 나섰고, 2개월에 걸친 네 차례의 나주성 공방전, 그리고 장흥 석대들 전투 등에서 전략적 역할을 다했다. 일본군의 만행으로 무수히 많은 농민군들이 무참히 죽음을 맞이하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참사도 겪었다.

‘특별법’에서도 2차 봉기는 항일 무장 투쟁임을 명시하였고, 이미 모든 검·인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2차 봉기는 일본의 침략에 저항한 반침략 항쟁이었음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2차 봉기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독립유공자법’에서 대상자의 자격으로 제시한 “국권 침탈을 반대하여 일제에 항거한 자”에 정확히 부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95년 항일 의병은 그 대상이 되지만, 한 해 전인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안 되고 있다. 두 사건이 그렇게 다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만에 하나 양반 유생은 되지만, 농민은 안 된다는 신분 차별 때문이라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독립유공자에 포함시켜 국가보훈처에서 합당하게 예우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에게 보답하는 ‘진정한 명예 회복’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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