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물주’
2020년 04월 30일(목) 00:00 가가
요즘 시내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엄청난 양의 공동주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광주시의 도시·건축·재생·경관 관련 계획들은 왜 아무런 기능을 못하는가. 도시의 아름다움이나 조화는 아예 포기한 것인가. 물음과 의문이 꼬리를 문다.
아파트의 편리성·효율성 등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 멋없고, 투박하며, 이기적인 건축물로만 광주라는 도시 공간을 획일적으로 채워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어쩌다 이렇게 ‘아파트 열풍’을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아마도 아파트 개발에 최적화된 법령과 중앙정부의 지침, 부동산 재테크의 대유행, 시민으로부터 도시 공간의 개발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의 방기 등이 뒤섞인 결과일 것이다.
신(神)과 건물주의 합성어인 ‘갓물주’라는 말이 있다. 별다른 노력 없이 임대료를 매달 받을 수 있는 건물주를 뜻하는 신조어다. 일해서 얻은 것보다 불로소득이 더 크니 건물을 탐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건물주를 누구나 선망하다보니 생겨난 말이다. 아파트 역시 분양을 받기만 하면 로또 복권과 다름없는 이익을 안겨 주니, 남녀노소 모두 분양권 당첨을 바라며 불·탈법까지도 불사하고 있다. 아파트를 수십 채씩 보유한 채 웃돈(프리미엄)을 챙겨도 아무런 제재나 제약이 없다.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1879)이라는 저서에서 토지에 의한 불로소득에 대해 철저히 세금으로 징수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돈을 투자하는 자본가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을 경영하며, 노동자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토지 소유주는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토지 공개념’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토지는 정부·지자체 등 공공의 개발 및 계획에 의해 그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광주에서 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는 정상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 마치 투기가 정당하고 당연히 해야 할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 도시가 온통 투기장으로 변질됐는데 어찌 근면성실을 강조할 수 있을까.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21세기 대한민국 광주에서 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는 정상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 마치 투기가 정당하고 당연히 해야 할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 도시가 온통 투기장으로 변질됐는데 어찌 근면성실을 강조할 수 있을까.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