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영호남 철도망 격차
2020년 04월 27일(월) 00:00 가가
KTX 1일 운행 횟수 호남권 56회·경부권 117회 ‘절반 수준’
사업 타당성만 따져 호남 뒤쳐져 … 균형발전 차원 투자 결정해야
사업 타당성만 따져 호남 뒤쳐져 … 균형발전 차원 투자 결정해야


경남 구간을 지나 전남에 접어들면 느림보 철길로 변하는 경전선 순천~광주 구간이 지난해 12월 19일 전철화 사업 대상지로 결정됐다. 경남 밀양 삼랑진역과 광주 송정역을 잇는 경전선에서 순천~광주 구간은 경남 구간과 달리 일제시대 건설 이후 지금까지 단선, 비전철 구간이다. 영·호남 차별의 상징으로 ‘눈물의 경전선’으로도 불렸다. 사진은 화순 능주 영벽정 인근을 달리는 경전선 디젤기관차. <광주일보 자료사진>
적어도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는 철도망 분야에서 영남과 호남의 격차는 과연 좁혀질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 일본과 가까운 영남이 호남보다 앞서 철도망이 설치된 뒤 산업화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남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남 밀양 삼랑진역과 광주 송정역을 잇는 경전선(慶全線·연장 277.7㎞)의 경우 영·호남 격차를 넘어 호남 차별의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강점기 개통된 경전선은 경남을 지나 전남 구간으로 진입하면 갑자기 느림보 철길로 변한다. 삼랑진~순천 구간은 상·하행선으로 분리된 복선, 전철 구간이다. 하지만 순천~광주 122.2㎞ 구간은 단선 비전철 구간이기 때문이다. 상행선 기차가 오면 하행선 기차는 역사에 대기해야 하고, 철로 역시 비전철이어서 전기기관차가 아닌 디젤기관차만 다닐 수 있다. 철도에서의 영·호남 차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전남에선 ‘느림보 경전선’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민선 7기 들어 지난 2019년 말 경전선 전남 구간 전철화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오는 2025년까지 전철화 공사가 진행된다. 이마저도 2018년 10월 예타 조사에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한 차례 좌절을 맛본 뒤였다. 전남도 관계자는 “번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전철화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고, 민선 7기 들어서도 한차례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그러나 전남도의 줄기찬 설득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019년 1월 예타 재조사 대상 사업으로 지정했고, 그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 약속 발언에 힘입어 가까스로 예타를 통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철화 사업 추진과 별개로 경전선 전남 구간은 단선 철로를 복선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경전선과 함께 이른바 남해안철도를 구성하는 목포 임성~보성 구간 철도 신설사업도 호남 차별을 드러낸다. 일단 순천·광양·여수 등 전남 동부권은 물론 보성에서도 목포를 가기 위해선 화순~광주~무안을 거쳐야 한다. 순천에서 해남을 거쳐 목포로 가는 남해안권 철도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철도도 경남과의 격차가 뚜렷하다.
경남권의 경우 광양~진주 구간과 진주~마산 구간이 이미 복선 전철화됐다. 마산~부산 구간은 복선 전철화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2년 개통 예정이다.
반면 전남 구간은 목포 임성~보성 구간에 이제서야 철로가 생겨나고 있다. 경남권과 달리 단선으로 놓이며, 애초 디젤기관차가 다니는 비전철 방식으로 추진됐다가 가까스로 전기기관차가 다닐 수 있는 전철화 사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사업 방식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애초 2022년 개통 예정이던 목포~보성 구간은 개통이 1년 늦춰졌다.
영·호남 고속철도도 마찬가지다. 경부선의 경우 2004년 서울~대구 구간이, 2010년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했다. 2015년 대전·대구 시내 구간까지 고속철도가 놓였다.
호남선은 2015년에서야 1단계(오송~광주 송정) 공사가 끝났고, 광주 송정~목포 구간(2단계)은 이제서야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2단계 개통은 오는 2025년으로, 경부선과 비교하면 10년 가까이 뒤처진 셈이다. 고속열차(KTX) 운행 횟수도 호남은 일 56회(호남선 42회·전라선 14회), 경부권은 117회(경부선 92회·경전선 12회·동해선 13회)로 2배가 넘는다.
전남도 관계자는 “운영사 측은 경제·이용객 규모 차이 때문에 운행 횟수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일단 운행 횟수가 늘어나면 공급도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철도 등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투자와 관련 “정부가 개별 사업의 사업성·타당성만 따지다 보니 호남은 계속 영남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산업화에서 소외된 전남, 나아가 호남을 배려하는 국토균형발전 관점에서 정부의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일제강점기 일본과 가까운 영남이 호남보다 앞서 철도망이 설치된 뒤 산업화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남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나마 있는 철도도 경남과의 격차가 뚜렷하다.
경남권의 경우 광양~진주 구간과 진주~마산 구간이 이미 복선 전철화됐다. 마산~부산 구간은 복선 전철화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2년 개통 예정이다.
반면 전남 구간은 목포 임성~보성 구간에 이제서야 철로가 생겨나고 있다. 경남권과 달리 단선으로 놓이며, 애초 디젤기관차가 다니는 비전철 방식으로 추진됐다가 가까스로 전기기관차가 다닐 수 있는 전철화 사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사업 방식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애초 2022년 개통 예정이던 목포~보성 구간은 개통이 1년 늦춰졌다.
영·호남 고속철도도 마찬가지다. 경부선의 경우 2004년 서울~대구 구간이, 2010년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했다. 2015년 대전·대구 시내 구간까지 고속철도가 놓였다.
호남선은 2015년에서야 1단계(오송~광주 송정) 공사가 끝났고, 광주 송정~목포 구간(2단계)은 이제서야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2단계 개통은 오는 2025년으로, 경부선과 비교하면 10년 가까이 뒤처진 셈이다. 고속열차(KTX) 운행 횟수도 호남은 일 56회(호남선 42회·전라선 14회), 경부권은 117회(경부선 92회·경전선 12회·동해선 13회)로 2배가 넘는다.
전남도 관계자는 “운영사 측은 경제·이용객 규모 차이 때문에 운행 횟수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일단 운행 횟수가 늘어나면 공급도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철도 등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투자와 관련 “정부가 개별 사업의 사업성·타당성만 따지다 보니 호남은 계속 영남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산업화에서 소외된 전남, 나아가 호남을 배려하는 국토균형발전 관점에서 정부의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