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처리도 안하는 시험을 왜 보나”
2020년 04월 22일(수) 00:00
원격 응시 첫 학력평가 비판 목소리
“학교 방문 시험지 받아가라”
방역 대책 등 학교에 떠넘겨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준비하는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오는 24일 학생 등교 없이 학교에서 시험지를 배부받아 자택에서 치르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교육부와 첫 학평 주관 교육청인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등교시 세부 방역지침, 미응시 학생들에 대한 처리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 고3 학생들은 24일 오전 학교를 방문해 ‘워킹스루’또는 부모가 동반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시험지를 받은 뒤, 자택으로 돌아가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러야 한다. 다만 시험지 배부 시간을 고려해 시험은 기존 오전 8시40분에서 한 시간 늦춰진 9시40분에 시작될 예정이다.

우선 직접 학교를 방문해 시험지를 수령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데, 학생들을 학교로 부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경우, 인파가 많이 몰리는 출근시간대에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광주 지역 한 고교 교장은 “교육청 지침대로 교문 앞 도로를 막고 ‘드라이브 스루’를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학평의 의미를 두고 학생과 학부모 사이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교육청은 이번 학력평가에 대한 전국단위 채점 및 성적처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오는 12월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첫 모의평가 등급에 따라 앞으로의 공부계획과 목표 대학, 선택과목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성적처리가 중요하다는 입장과 무의미한 시험으로 수험생들의 머리만 아프게하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고3 수험생 A군은 “집에서 시험을 보게 되면 다들 제대로 문제 풀이를 하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성적처리를 안 하면 등급 컷 또한 알 수 없다는 얘기 아니냐”면서 “사실상 의미 없는 시험”이라고 토로했다.

교원단체들도 교육당국이 행정적 부담을 학교, 학생, 학부모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한다. 교육당국은 등교 여부나 실시 방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결정이 사실상 등교를 강제했다는 분석이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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