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지구의 날
2020년 04월 21일(화) 00:00

[윤 희 철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오는 4월 22일은 ‘지구의 날’ 50주년이다. 1969년 1월 28일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환경 파괴의 실체를 경험한 사람들이 함께 이 날을 만들었다.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시작했던 지구의 날이 수많은 국가,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가 참여하면서 매년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 지구인들의 축제가 되고 있다. 50주년을 맞은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함께 모여 지구의 날 행사를 치룰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힘들어 하는 코로나19 때문에 함께 뭔가를 하기 어렵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국가가 모여 매년 기후 변화 회의를 하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토로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늘었다. 북극과 남극의 빙산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 최근에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재해를 겪으며 고통받고 있다. 심지어 몰래 프레온 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들로 인해 북극의 오촌층이 뚫리는 대형 사고마저 발생했다. 당장의 이익과 끊임없는 인간의 욕심이 우리 지구를 지속 불가능한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처럼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일으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위기와 씨름 중이다. 코로나19가 인간의 활동을 멈추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처럼 현실은 팍팍하고 답답하지만,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아 봉쇄 정책을 폈던 곳에서 대기질이 개선되는 기막힌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대기질 개선과 함께 그 영향을 일부 받는 우리나라는 올해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인 날이 딱 이틀에 그쳤다. 비슷한 현상은 교통 체증과 최악의 대기질로 고통받는 인도와 멕시코의 도시에도 나타난다. 유럽에서 최악의 피해를 받은 이탈리아도 전국에 이동 제한령이 내려지자 맑은 하늘이 곧바로 나타났다.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벌어지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대기질뿐만 아니다. 경제 성장과 기후 위기를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자료도 나온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5%에 못 미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과 함께 탄소 배출량도 1.2%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 수치의 변화에 기뻐할 일은 아니다. 과거 금융 위기 당시에도 몇 년 동안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늦췄다. 경제 활동이 침체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고작 몇 년 늦췄을 뿐이다. 경제 성장을 회복시키려는 전 세계의 엄청난 개발 정책이 온실가스 증가세를 한층 올렸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모든 노력을 다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 홀로 승용차’를 버리고, 걷기, 자전거, 대중교통과 같은 생태 교통 수단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1주일에 하루는 채식으로 먹거리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식생활 전환도 필요하다.

얼마 전 지구의 날 기념 광주행사위원회는 올해 지구의 날은 하반기에 할 계획이라 발표했다. 지난 수십 년간 매년 광주 곳곳에서 4월에 치렀던 기념행사가 처음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4월 한 달간 모두가 함께 온라인에서 지구의 날을 기억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은 계속될 것이다. 22일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소수라도 모여 마스크를 쓰고 지구의 날을 함께 기념하기로 했다.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환경 문제가 인류의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한 말이다. 지구 환경의 보호는 누군가 해 주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로 인해 역설적으로 인류는 지구에 살기 위한 최소한의 자세가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 이번 지구의 날은 과연 우리 스스로의 욕망에 갇혀 살면서 미래를 지울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과 우리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 둘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한다. 지속 가능한 지구는 광주 공동체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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