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과 줄탁동시(啐啄同時)
2020년 04월 16일(목) 00:00

[박 선 희 조선대 법사회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

어김없이 봄이 왔고, 벚꽃과 조팝나무는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없는 교정은 적막하고 주인공 없는 무대마냥 공허함이 감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지 4주가 지났지만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날은 기약할 수 없다. 일부 대학들은 이번 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우리 대학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

처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교수들은 소리 없는 전투를 치르는 것 같았다. 동영상 제작 방법을 익히고 강의 동영상을 만들어 사이버 강의실에 업로드하는 과정은 새로우나 달갑지 않은 경험이었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후에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업 전체 공개를 택했던 어느 교수는 집단 댓글에 시달렸고, 인터넷에는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과 네트워크 다운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곳곳의 부끄러움들을 수면 위로 올려놓았듯이, 온라인 수업이 실시되면서 대학간 인프라 격차, 교수들의 강의 방식, 학생들의 수업 태도 등 교육에도 여러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교육은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장을 열어주었다.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교육 역시 방송 강의, 인터넷 강의, 모바일 강의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미디어 강의는 누구에게나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지식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각광받았다. 교육 당국은 온라인 강의를 부추겼고, 인터넷에는 온갖 분야의 명강의들이 넘쳐났으며, 세계 유수 대학은 온라인 강의로 운영되는 해외 캠퍼스를 개설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이 일정정도 교육 민주주의에는 기여하지만 전통적 교육 방식인 면대면 강의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줄탁동시이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껍질을 쪼아야 하듯이 교육은 선생과 제자가 함께 노력해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교육의 본질이 가르치고 배우는 상호 작용 속에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기본적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소통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 그러하듯 면대면 교육은 가장 충실한 인류의 오래된 교육 방법이다.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거나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의 표정과 몸짓, 태도와 자세 같은 비언어 반응들이 교수의 강의와 함께 어우러진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즉각적이고 원활한 상호 작용도, 생생한 소통도 할 수가 없다. 메아리 없는 독백이 모니터 앞에서 이어질 뿐, 질문을 던질 수도,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도 없다. 학생들 역시 모니터에서 나오는 일방적 강의를 수동적으로 들으며 쪽지나 댓글, 이메일 같은 더딘 방식밖에는 달리 반응을 보일 수가 없다. 화상 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은 일방적인 온라인 강의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각기 다른 공간에 있는 교수와 학생이 작은 화면으로 소통하기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미디어의 역사는 인간의 오감을 모두 사용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온전한 소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디어 기술도 결국 시공간의 제약이나 권력 관계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기 위해 발전해왔다. 온라인 수업을 계기로 미디어를 통하지 않는 교육, ‘지금 여기’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교육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새겨보았으면 한다.

더불어 가르침과 배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역지사지를 경험하기 바란다. 이번 기회에 서로의 존재에 대해, 강의실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면, 원활하지 못한 소통으로 겪고 있는 현재의 고통을 그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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