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전 대비하자
2020년 04월 14일(화) 00:00

[김삼호 광산구청장]

4월이다. 코로나19로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4월은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과 해사하게 만개하는 봄꽃과 달리 메마른 겨울처럼 혹독하다. 4·3에 이어 4·16의 아픔까지 기억하는 우리에게 코로나로 버거운 4월은 봄이 시작됐다는 설렘과 함께 안전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한다.

6주기를 맞이한 ‘세월호’ 참사는 국가 의무 가운데 ‘국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함을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재난 관리, 안전과 관련된 국가 시스템과 일상적인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렸으며, 의식 변화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민선 7기 광산구는 ‘행복’을 구정 목표로 설정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안전’이다.

취임 1호 결재로 ‘안전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행정 편의적 시각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활하는 구민의 입장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 요소 및 위협 요소를 직접 점검하고, 적발된 사안은 바로 개선하도록 했다. 그 결과 생활 현장성 강화, 시민 참여 재난 대응 체계 확립, 안전 문화 운동 확산 등을 높이 평가받아 행정안전부로부터 ‘2019년 안전문화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추진된 안전 광산은 코로나19 사태로 어지러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 최초 확진자가 광산구에서 발생한 직후 곧바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만들어 관리 감독을 일원화했다. 또한 코로나 일일 보고서를 하루 2차례 발표해 상황을 공유하고 구의회, 공직자, 군, 기업, 상인들과 함께 발생 초기부터 대대적인 방역을 추진해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역과 공항에서 실시하는 발열 체크를 위해 봉사하는 한편 골목 상권, 전통 시장, 산업단지, 버스 승강장 등 지역 곳곳의 방역에 동참했다. 더불어 마스크, 세정제, 쌀 등 후원 물품과 후원금 등을 기부하고 국가가 펼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적극 협조하면서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소독하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물질적인 모든 것이 풍족하고 과학과 의학 기술, 정보 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1세기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지카, 코로나19 등을 비롯해 돼지열병, 조류독감, 구제역 등 인간과 동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발생은 막지 못했다.

많은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 빙하 해빙 속도가 가속화되고 인간에 의한 ‘6차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빈번히 창궐하고, 변종 바이러스를 비롯해 고대 바이러스까지 출현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총균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핵무기,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을 우리가 직면한 위기로 꼽았다.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30년 후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2일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고 선언했으며, 존 그레이는 “세계화 시대는 끝났다”며 “방역 최전선에 서지 않은 이들은 변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망이 아니더라도, 바이러스 하나가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태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과 달라질 미래를 시급히 준비해야 함을 체감한다. 실업, 자원 부족, 식량 및 제조업 위기, 자본과 이동의 제한 등 이미 드러난 문제점 외에 봉쇄와 격리 이후 상황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저마다의 처지와 어려움은 다르지만, 우리 국민은 당장의 위기를 연대와 헌신,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임대료 인하, 선결재 등 생각지 못한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국민을 보며, 양보하고 협력해야 이겨낼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내일 치러지는 4·15 총선 결과가 어떠하든 여야를 막론하고 힘을 모아 인류 공동의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장기화로 느슨해진 국민들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조금 더 인내의 시간을 갖고 생활 속 방역을 실천하자. 의료진을 비롯해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지치지 않고 힘내기를 바라며, 힘차게 ‘파이팅’을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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