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보성 의병 정신’으로 이겨낸다
2020년 04월 13일(월) 00:00

[최병만 보성군 부군수]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지니 그 자리를 벚꽃이 채우고, 벚꽃이 다하니 이팝나무와 철쭉이 봄을 메우려 꽃망울을 머금는다. 산천은 의구하다는 옛 시인의 말처럼 코로나19를 아는지 모르는지 꽃은 자기만의 아름다운 색깔로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왠지 애처롭다. 예쁘게 보아 달라고 피었것만 머무는 눈길이 없어서인가? 왜 하필 봄꽃이니? 왜 하필 올해 피었니? 말을 붙여보지만 그저 매양 피어날 뿐이다.

피어나는 건 꽃만이 아니다. 국가가 어려워지니 보성의 의병 정신도 피어난다. ‘보성 마스크 의병단’이 대표적이다. 독립을 원하며 만세를 외쳤던 3·1운동의 유관순 열사처럼 1980년 5·18 민주화운동에서 학생들에게 주먹밥과 도시락을 전하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코로나19를 이겨 내기 위해 모든 군민에게 면 마스크를 제작해 보급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여기에 보성군 여성단체협의회와 소비자교육중앙회 등 10개 봉사단체와 군민 200여 명의 봉사자들이 나서 주었다.

급기야 84세 김갑순 할머니까지 “나에게 후손들에게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며 힘차게 재봉틀 페달을 굴렸다. 드륵 드르륵…. 2주 동안의 재봉틀 소리는 군민들에게 봉사와 나눔과 배려라는 애향의 기적(汽笛)소리로 다가왔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연대와 배려로 보성이 하나 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군민들께서 ‘보성 마스크 의병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드디어 지난 3월 20일 4만2000개의 면 마스크 작업을 끝냈고 3월 31일까지 전 군민에게 필터 5매와 함께 보급까지 마쳤다. 고개도 어깨도 아프고 몸은 고단하였지만 마음만은 군민을 지켜냈다는 뿌듯한 여운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재봉선 한 땀 한 땀에 자식 사랑을 담았고 어르신에 대한 효심이 갈무리된 마스크이건만 환한 군민들의 얼굴을 가리는데 쓰인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뿐인가? 보성의 의병 정신은 단순히 보성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격리된 700여 명의 중국 우한 교민에 보성 녹차 1720세트와 녹차 음료 105박스, 대구 북구에 250박스, 대구·경북 ‘사랑의 도시락 보내기’에 동참해 300박스, 대구 확진자가 머무는 순천의료원에 녹차 200박스와 꼬막만두 10박스, 서울 지역 의료진과 환자에게는 ‘건강 기능성 음료 보내기’ 300박스를 전달해 어려움을 함께 나누자는 마음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섰다. 과연 보성이다.

여기에 더해 지금 보성은 의병 정신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교회 집회도 못 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14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한 17개 교회 목사님, 전국 시장·군수 중에서 최초로 급여 30% 반납을 선언한 김철우 군수, 여기에 동참해 모든 공무원들이 2억 원의 지역사랑 상품권 구입과 함께 2000만 원의 성금도 모았다. 특히 배정된 상품권 구입액보다 더 구입하겠다고 나서 목표액 2억 원을 넘어서는 2억 5000만 원의 상품권 구매 실적을 보여준 따뜻한 직장 동료들은 필자의 마음 속에서 따스한 울림의 노래가 되었다.

차생산자조합과 차생산 농가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면역력에 좋은 보성차 3000세트를 십시일반 모아 관내 음식점 600개소와 사회복지시설 16개소에 ‘차 나눔’을 실천했다. 이런 곳에서 부군수를 하고 있는 필자는 어찌 아니 행복하겠는가. 오늘은 열선루에라도 올라 마치 이순신 장군이라도 된 양 “보성에는 의병 정신을 가진 4만 2000의 군민이 있습니다”라고 외쳐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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