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금융과 위기 극복의 정신
2020년 04월 09일(목) 00:00

[강국진 농협전남본부 상호금융 업무지원단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 기업, 국민의 대응을 보면 우리나라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준수하고 있고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을 돕는 데 팔을 걷어 붙였다. 의료용품은 물론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부하고 심지어 환자와 고통 받는 지역민을 돕겠다며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그곳으로 향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의 발길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국민은 ‘공동체’가 가진 힘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타인을 배려하고 작은 물품이라도 나누며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우리의 ‘공동체 정신’이 유감없이 지금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은 우리 역사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50년의 역사를 지닌 상호 금융 분야에서 ‘공동체 정신’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상호(相互)라는 단어 자체가 ‘모두, 함께’의 의미를 담고 있듯이 상호 금융은 호혜적 특성을 지닌다. 즉 경제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해 각 조합원의 영세한 자금을 받아 조합원에게 융자하고 조합원 상호간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꾀하는 금융을 말한다.

현재 상호 금융업권으로는 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신용협동조합이 종교계와 직장 중심으로 결성돼 발전했다면, 마을금고는 재건 국민운동의 일환으로 발전했고 농업협동조합은 농협운동과 연계해 발전했다.

농협은 악성 고리 사채에 시달리는 농가를 돕고자 1969년 7월 상호 금융을 도입하면서 1971년 69%였던 농업인의 사채 의존도를 1995년 8%대까지 낮추는데 이바지했다. 비과세 예탁금(73년), 농어가 목돈 마련 저축(76년) 등 저축운동과 저리 융자를 통해 농업인의 재산 형성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후 지속적인 금융 업무 확대와 제도 개선으로 농업인의 자립 기반 마련, 금융 편의성 제공 등 지역에서 중추적인 금융기관으로서 단단하게 입지를 굳혔다. 2000년대는 금융권 변화에 발맞춰 인터넷·모바일 뱅킹, NH콕뱅크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쉽고 편한 디지털 금융을 확대했으며 외환·펀드 등 신사업 도입으로 비이자 수익 부분을 강화하며 그 수익의 일부를 농촌·사회 환원 사업에 쓰고 있다.

외국에서는 상호 금융의 효시를 1849년에 독일의 라이파이젠이 설립한 농촌 신용협동조합으로 여기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1960년 부산에서 도입한 성가신용협동조합으로 보고 있다. 170년이 넘는 역사에서 상호 금융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그 태생 목적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선한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선한 마음이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우리들 마음에 유전자처럼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상호 금융의 역사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협동의 정신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의지, 서로 도우며 자립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공동선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성장했듯이 우리 사회 또한 이와 같은 정신으로 함께 힘을 합친다면 코로나 19는 물론 그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와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사회적으로 ‘따로 또 같이’라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이 타인과 ‘따로’ 지내야 할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또 ‘같이’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예전에 힘든 시기에 직장 선배가 추천해 준 ‘하이 파이브’(켄 블랜차드 외 지음)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우리 모두를 합친 것만큼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글귀가 요즘 들어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우리가 상호 연대 의식을 찬란하게 꽃피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성숙한 모습으로 소임을 다한다면 이 위기 또한 우리의 감격 어린 승리로 마무리될 것임을 믿는다. 그날이 오면 선배가 추천해 준 책의 제목대로 우리 모두 서로의 노고와 따뜻했던 마음을 축하하며 기쁘게 손바닥을 마주쳐 보자. “하이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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