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축제로 승화되길
2020년 04월 02일(목) 00:00

[박안수 말뫼아카데미 원장·경제학박사]

이제 21대 총선이 열사흘 남았다. 이번 총선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춰 기존 총선과는 조금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애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는 달리 야당에서는 비례대표 전담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만들어졌고, 여당도 더 많은 비례 의원 수를 확보하기 위해 ‘더불어시민당’과 손을 잡았다.

전남 지역의 일부 지역구는 민의와는 동떨어진 조정으로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 원내 교섭단체 정당들은 경선과 전략 공천을 통해 후보를 확정했고 무소속으로 입후보한 후보들도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후보 확정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내홍을 겪었다. 여당의 경우 다소 높은 지지율에 공천이 곧 본선 당선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공천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와 재심 청구로 경선을 다시 하는가 하면, 공천 결과에 대한 고소·고발·가처분 신청 등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는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듯 보인다.

제1 야당 역시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낙천된 후보들은 ‘막장 공천’ ‘사천’(私薦) 등을 주장하며 불복하여 무소속 출마와 재심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공천 후유증에서는 여야가 대동소이한 모습이다.

우리 지역에서 아쉬운 대목은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나 무소속 후보들에게서 중량감이나 참신함을 찾아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의 경우 여성 후보 비율이 전국적으로 17% 정도라고 하는데 광주·전남 18개 지역구에서는 겨우 한 곳에 그쳐 매우 미흡했다.

이런 와중에 국회부의장인 주승용 의원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고민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그나마 신선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작년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졌던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보다는 어쩌면 야당 심판과 정권 심판이 이번 총선의 이슈라고 하는데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 든다.

여당에서는 공약으로 일하는 국회, 국립대 반값 등록금과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 등을 내세웠다. 유력 야당들은 군인 정년 연장과 복지, 그리고 20세 이상 청년에게 3000만 원 지급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이렇다 할 공약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영국의 처칠은 ‘정치 지도자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정치 지도자의 수준과 정비례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 ‘정직한 후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총선 전에 후보들이나 유권자들이 한 번쯤 관람하고 선거에 임했으면 좋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축제이자 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총선의 투표율을 보면 18~20대에서 58%, 54%, 46.1%로 여느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유권자의 절반가량만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최선이 아닐지라도 차선 또는 차악도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선거이다. 이처럼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고 기권한 데 대해 책임과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흔히 국회의원 선거인 총선은 당의 공천과 함께 인물과 바람이라고들 한다. 민심은 늘 예측 불가능하고 아직도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후보들자은 지금의 초심을 잊지 말고, 호남의 민심은 늘 전략적인 선택으로 발전과 균형을 함께 이룬 위대한 유권자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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