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본질
2020년 03월 30일(월) 00:00
“약을 먹어라. 집과 마당과 거리를 소독하라. 사람과 장소를 구별하라. … 그리고 나는 소독하여 공기를 정화할 것이다. 약을 조제하여 먹을 것이다. 나는 내가 꼭 가야 할 장소나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피함으로써 나와 이웃 간 감염을 예방할 것이다. ”

독일의 신학교수이자 사제였던 마틴 루터(1483~1546)는 종교 개혁의 불씨를 당긴 역사적인 인물이다. 당시 그는 면죄부를 고안한 알브레히트 대주교에 맞서 95개 조항의 프로테스탄트를 주창했다. 루터의 개혁 사상과 더불어 오늘의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흑사병에 관한 입장’이다.

루터의 흑사병을 대하는 자세는 지극히 이타적이다. 그는 교회가 이웃과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역사에서 중세는 억압, 무지, 미신이 횡행하던 암흑의 시대였다. 전염병이 발병하면 하나님이 지켜 주신다는 믿음으로 예배당에 집결했고 그로 인해 전염병이 확산되기도 했다.

코로나 집단 감염 우려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지만 적잖은 교회들이 공예배(현장 예배)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이자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가 시행되는 공간이다. 당분간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음에도 집회만을 고집하는 것은 ‘모이기에 힘쓰라’는 자구(字句)에만 매몰된 율법주의 신앙이 아닐까 싶다. 국가가 있고 정부가 있어야 종교의 자유도 주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한 것이다.

성경에는 안식일에 배가 고파 밀 이삭을 훑어 먹는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어겼다고 비난을 한다. 이에 예수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다. 외형적인 예배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실천이 아닐까. 코로나 사태는 신앙의 형태 나아가 신앙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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