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각지대, 지역 사회 협력으로 해결해야
2020년 03월 26일(목) 00:00

[강성규 전남 서부권 아동보호전문기관분사무소장]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집중되어 있을 지난 3월 초, 한 미혼모가 생후 7개월 자녀에 대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인면수심 20대 미혼모는 자신의 자녀를 여러 차례 때리고 세 차례 방바닥에 던져 사망하게 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수차례 폭력으로 고통받으며 한마디 말이나 저항도 못하고 죽어야 했던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부터 3개 동안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102명이었지만 그중 85%는 사망 후 신고되었다. 사회적 보호망 밖에서 죽은 후에야 발견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지표가 ‘피해 아동 발견율’이다. 이는 아동 인구 1000명 대비 아동학대로 판단된 피해 아동 수를 나타낸 것으로 단위는 퍼밀(‰)이다. 우리나라 피해 아동 발견율은 2.98‰로 미국 9.1‰, 영국 9.0‰ 등 아동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포용 국가 아동 정책’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책에 따르면 아동 정책에 공공성을 강화하여 2022년까지 전국 시군구 단위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를 통해 촘촘한 현장 조사 체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전담 공무원 배치는 접근성 강화를 통한 신속한 조사 업무를 가능하게 하므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 아동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동보호 및 치료와 학대 행위자에 대한 인식 개선, 아동학대 재발 모니터링 등 실질적인 고위험 아동에 대한 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을 높이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라남도의 경우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사례 관리와 서비스 인프라 확대의 중요성을 사전에 인식하여 2018년 전국 최초로 지방비를 자체 편성했으며, 무안에 전남서부권 아동보호 전문기관 분사무소를 신규 개소했다. 이를 통해 현장 조사와 사례 관리를 분업화했고, 2019년에는 사례 관리 전담 기관인 전남북부권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추가로 개설해 타 시도와 비교해 아동학대 예방 사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전라남도는 2018년 기준 피해 아동 발견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6.15‰을 기록했다. 지역사회 내 촘촘한 아동 보호 체계를 만들어 내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전라남도와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만들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남 지역 내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2017년부터 전남 중·서부 지역 16개 시·군에 ‘아동보호 통합 지원 전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단순 재학대 모니터링에서 벗어나 피해 아동과 가족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아동과 가족의 필요에 따라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전문적인 아동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 내에서 비밀스럽게 발생하는 학대 피해 아동을 발굴하는 것은 한 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의 선도적인 노력과 관심, 아동보호 전문기관 현장에서의 전문화된 사례 관리, 아동 분야 기관들의 이해와 조력을 통해 2~3단계의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마련할 때 학대 피해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올해는 아동학대 예방 사업의 책임을 국가와 민간이 나누는 원년이다. 각 기관들이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성 있게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갈 때 우리 아이들이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웃음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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