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코로나19 거점 음압 병실로
2020년 03월 23일(월) 00:00

[강 현 구 대한건축사협회 광주시건축사회 회장]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우한시의 사례는 집단 감염으로 인해 확진자가 한 번에 급증하면 미흡한 방역 체계와 더불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1월 20일 최초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 적극적인 대응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서 2월 18일, 31번 확진자의 출현을 기점으로 전국적 유행에 들어섰고 3월 22일 기준 확진자 8897명과 10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대거 늘어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하였다. 팬데믹이란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현상 또는 그 질병 자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WHO가 분류하는 ‘감염병 경보단계 6단계’ 가운데 최고 위험 등급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대한건축사회에서는 지난 3월 초 “정부가 의료·격리 시설을 구축할 때 전국에 구성된 건축사 재난안전지원단을 중심으로 배치, 구성 등 시설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호남 지역의 건축사 재난안전지원단은 지난해 7월 광주시건축사회와 전남도건축사회, 전북도건축사회 소속 건축사 60여 명으로 구성되어 합동으로 발족되었다.

우리 건축사회는 “국가적인 재난에 대비해 지역 거점 재난 안전시설의 확충과 더불어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폐교와 유휴 시설 등을 복구·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공시설·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환기 기준 개정 등 관련 법 개정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된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문을 닫은 학교가 전국적으로 682개에 이르고, 이 중 170개(25%)는 활용처를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 속에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 전남의 경우 폐교된 곳이 138개로, 경북(14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며 광주는 1개로 조사되었다.

오지에 있는 폐교는 부동산 가치가 크지 않아 매수인을 찾기 어렵고, 학교가 문을 닫을 만큼 주변 인구도 많지 않으니 뚜렷한 활용 방안이 나오기 어렵고 제초, 시설 보수 등 관리 비용으로만 매년 수억 원이 지출되고 있다.

마침 지난 3월에는 광주시에서 공공시설의 유휴 공간 개방을 통해 시민의 이용 편의를 도모하고 공유 문화를 촉진하기 위한 ‘광주광역시 공공시설의 유휴 공간 개방 및 이용 조례안’이 시행되었다.

음압 병상이란 기압 차를 이용해 공기가 항상 병실 안쪽으로만 유입되도록 설계된 특수 병상이다. 병실 안쪽으로 진입하려면 두 개의 문(인터락)을 통과해야 하는데 인터락 사이에는 병실을 드나드는 의료진이 장비 착용을 점검하고 환자와 접촉이 잦은 부위를 소독할 수 있고 음압 측정기와 소독제가 갖춰진 ‘전실’이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는 배기구와 함께 밀폐된 창문과 환자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폐쇄회로(CC) TV도 설치된다.

음압 병동은 외국 같은 경우 OECD 평균이 약 70~73%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병실 기준으로는 9~10% 정도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 지정, 시도 지정, 의무설치 기관 등에 마련된 음압 병상이 847병상으로 이외 의무 설치 기관이 아닌 곳에 마련된 음압 병상까지 합하면 900여 개가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활용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사회 전파 등으로 인한 환자의 급격한 증가와 민간 병원에서도 신종 코로나 검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앞으로 의심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 음압 병상 사용률 역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시·도도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의 폐교 3~4개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존의 소방 및 통신 설비 등에 음압 병실 요소만 갖춤으로써 합리적인 예산으로 한 개 교실 당 2개~4개의 병실로 개조하면 병실 부족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건축사들과 관련 행정 기관, 학회는 폐교를 활용한 지역 사회 거점 음압 병동을 구축하는데 시급히 중지를 모아 코로나 19로 인한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고 위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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