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감염병, 중앙·지방 정부 유기적 협력을
2020년 03월 17일(화) 00:00

[김은주 정읍시의회 의원]

지난 1월 19일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코로나19로 확진된 이후 지난 15일 기준 총 816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중 75명이 사망했다.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높아 마스크 대란은 물론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이 일괄 연기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인체에 감염되는 신종 감염병의 국내 발생 실태를 보면 2003년 2월 발생해 그해 7월까지 유행한 ‘사스’는 네 명이 감염되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감기의 변종인 ‘신종 플루’는 2009년 5월 발생 신고 이후 2010년 8월 말 까지 76만 명의 감염자와 270명의 사망자를 냈다. 2015년 5월부터 그해 7월까지 유행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는 186명의 감염자와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종 플루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치명률(0.7%)은 높지 않으나, 감염 전파력이 높은 데서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플루는 다행히 빠른 시기에 치료약이 개발돼 감염자가 많이 발생했지만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적었다. 반면 코로나19는 아직 특화된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시민들이 더욱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 정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움직이고 있다. 실례로 대구시는 연일 중앙 정부에 인력·장비 등을 요청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경기도가 선제적인 조치를 일부 취하고는 있으나, 지방 정부로서는 한계가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은 특정 지역, 특정 종교를 통한 집단 감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중앙 집중형 대응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각 지방 정부는 자체 매뉴얼에 의해 대응하기보다는 중앙 정부의 지침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처럼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할 경우 발생 특성에 맞는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더욱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까지 코로나19를 포함한 신종 감염병 발생시 대응 매뉴얼을 신속히 마련해 감염병이 발병하면 위기 단계에 따라 정부가 일일이 챙기지 않더라도 각 지방 정부가 해당 지역 특성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살펴보면 위기 단계별 선별 진료소 및 전담 병원 지정, 확진자 인원별 병상 확보, 경증 확진자 현지 생활 치료 센터 구축, 의료진 및 방호 용품 지원 대책, 격리 시설 확보 및 격리자 관리 담당자 지정, 격리자 식사와 생필품 공급 방안 마련 등 세부적인 메뉴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지역의 감염병 재해대책본부는 본부 구성원이 감염병 처리에 관한 책임을 부서에 떠넘기거나 좌고우면하는 일이 없도록 일원화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또 시민 착용 마스크, 의료진 방호복 등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방호 및 방역에 소요되는 물품을 사전 비축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비축 창고를 확보하고 비축 물자의 충분한 확보 등 위기 단계별 공급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앞으로 환경 오염·기후 위기 등으로 인명을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은 더 많이 발생하고, 복합적인 감염병 발생도 우려되므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일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감염병 대비 예산을 예비비나 재해 대책 기금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감염병 대비 예산을 본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인해 시민들이 형언할 수 없는 피로감에 젖어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소외 계층이 경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재난 기본 소득 지급 등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시민의 우울증 등 예방을 위해 심리 상담과 별도의 치유 공간 마련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8000여 명의 환자와 가족, 격리 생활로 어려움을 겪는 격리자, 소비 위축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소상공인들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시민들에게 위로를 드린다. 우리 고유의 공동체 정신과 연대의 마음으로 이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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