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졸업 시즌 풍경
2020년 03월 17일(화) 00:00

[나원지 조선대 문화콘텐츠학부 4학년]

전국 대부분 대학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졸업식을 잇달아 취소했다. 조선대학교에서는 이번에 4046명이 졸업했다. 대학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위 수여식(졸업식)을 취소했다. 그 대신 기념 촬영을 위한 졸업 가운(학위복)·학사모를 대여하고, 포토존을 설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이마저도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전면 취소했고, 설치한 포토존도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다.

예년 같으면 졸업식을 맞아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꽉 차야 하지만 이번 졸업 시즌에 캠퍼스는 한산했다.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만 몰려 들었지만, 이들은 곧바로 넘쳐나는 재고로 발을 동동 구르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평생 한번 밖에 없는 졸업식 취소에 졸업하는 친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SNS에는 학사복과 학사모 대여까지 취소된 점이 무척 아쉽다는 게시물이 계속 올라왔다. 하지만 대학 측의 입장도 이해가 됐다. 행사나 모임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이러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식이 취소됐다고 좌절할 청춘들이 아니다. 강당에 모여 왁자지껄한 학위 수여식 행사는 갖지 못했지만, 추억은 남겨야 한다. 때문에 이번 졸업 시즌에는 친한 친구와 가족끼리만 소소하게 여는 이른바 ‘셀프 졸업식’이 새로운 문화로 반짝 떠오른 듯하다.

먼저 현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추억으로 남기려는 졸업생들이 있었다. 사진을 찍는 순간만이라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일부러 마스크를 착용하고 즐겁게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졸업 가운을 대학 인근에 있는 의상 대여 업체에서 개인적으로 빌리는 친구들도 많았다. 졸업식 취소로 걱정하던 가운 대여 업체는 개인 대여 손님 증가로 예상치 못하게 ‘호황’을 누렸다는 보도도 보았다. 전년 대비 두 배 많은 고객이 가운을 대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졸업생들 사이에서 동기애(同期愛)도 빛났다. 졸업 가운을 대여한 친구는 미처 빌려오지 못한 친구에게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가운을 잠깐 건네주기도 했다고 한다. 서로 친분이 있진 않지만 안타까운 상황을 공유하면서 동질감이 생긴 것 같다.

또 조선대학교에서는 ‘종이 학사모’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후배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을 위해 학사모 대신 종이로 학사모를 만든 것이다. 대학생다운 기발함과 발랄함이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이 모습을 찍은 사진이 여러 언론사에 보도됐다.

운동장에서는 졸업식을 갖지 못한 아쉬움을 더욱 감추기라도 하는 듯, 의상을 갖추고 전문가용 조명과 카메라를 준비해 더욱 ‘폼나게’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였다. 굳이 학교에서 찍지 않고도 친한 친구들끼리만 스튜디오에서 오붓하게 졸업 기념 촬영을 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SNS에 올라왔다. 이번 졸업생들이 안타까운 상황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추억을 남기는 다양한 모습은 이 시대의 군상(群像)으로 남을 것 같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 앞서 대학들은 졸업식과 더불어 개강을 2주 연기했는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져 1학기 초반 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결국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풋풋함과 생기가 넘치는 개강의 분위기도 빼앗아 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할 뻔 했던 졸업 시즌에도 특별한 추억을 꿋꿋이 만들었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2020 학년도에도 소중한 캠퍼스의 추억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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