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2020년 03월 05일(목) 00:00

[정석윤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코로나19로 큰 시름을 앓고 있는 대구시내 800개 유·초·중·고, 특수학교의 개학이 23일로 추가 연기됐다. 대상은 유치원 341곳과 초·중·고·특수학교 459곳으로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급속히 확산하자 선제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어 전국의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의 신학기 개학일도 23일로 2주일 더 연기됐다. 이 같은 전국 각급 학교의 개학이 도미노처럼 연기되면서 맞벌이 직장인 네 명 가운데 세 명은 출근 후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모 취업 포털에서 코로나19 이후 맞벌이 직장인의 자녀 돌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육아 공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76.5%로 집계됐다. 출근 후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했다는 비율은 유아(4∼7세) 자녀를 둔 맞벌이 직장인에게서 9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초등학생 85.7%, 영아(생후∼3세) 75.8%, 중학생 이상 53.7% 등의 순이었다.

예상치 못한 육아 공백에는 당연히 부모가 구원 투수 역할을 맡아야 하나 응답자의 36.6%는 양가의 부모 등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연차 사용 29.6%, 재택 근무 요청 12.8%, 가족 돌봄 휴가 사용 7.3%, 긴급 돌봄 서비스 활용 7.0%, 정부 지원 아이 돌보미 서비스 활용·무급 휴직 각 6.1% 순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5.6%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 방법이 없으면 퇴사도 고려 중’이라고 답해 현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농번기에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두레를 조직해 소농 경영(小農經營)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등 공동 노동의 상부상조 전통을 잘 살려 미풍양속으로 이어져 왔다.

우리의 전통적인 협동 사례에는 두레뿐 아니라,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품앗이가 있다. 일을 하는 ‘품’과 교환한다는 ‘앗이’가 결합된 말로 한국의 공동 노동 관행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것이다. 품앗이는 베푸는 쪽과 그것을 보답하는 쪽 두 당사자를 항상 포함하게 된다. 품에 대해 보답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반드시 갚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많아 두레보다 규모가 작고 단순한 임의의 작업에서 수시로 이뤄졌고 사사로운 일에 쓰임이 많았다. 품앗이는 시기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작업의 종류에도 관계없이 농가에서 자가의 힘만으로는 노동력이 부족한 작업을 할 때 수시로 조직되었다.

품앗이는 오늘날에도 조직되고는 있으나 그 양상은 많이 달라졌다. 근대화된 농촌 사회에서 환금의식(換金意識)이 발달했기 때문에 품앗이의 바탕에 깔린 인력에 대한 평등 의식은 보다 합리적인 타산성의 작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원래는 소 이외에는 사람 품앗이뿐이던 것이 소와 소, 대등한 노동력을 가진 사람끼리 또는 경운기 품앗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필자의 입장에 우리의 자녀들이 방학 연기와 휴원으로 돌봐 줄 곳이 부족한 지금의 비상시국이야말로 전통 협동 사례를 다른 모습으로 계승할 가장 적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같은 아파트 단지, 인근 주민들이 어린이 등 취약 계층 돌보미 품앗이, 또는 두레와 같은 역할을 온라인상으로 모집해 도움이 간절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2019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터넷 접속률이 99.7%에 달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온라인과 SNS를 활용해 ‘나눔 육아’를 실천한다면 방학 연장과 휴원으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진정 필요한 현대판 두레, 품앗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들이 고통받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이웃의 한 아이라도 더 잘 키우기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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