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도리
2020년 03월 03일(화) 00:00 가가
쉬는 날이어서 글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쉬는 날은 혼자서 글 읽는 맛이 꽤 좋다. 글 속에서 슬기(지혜)를 찾고, 남이 겪은 일(경험)을 거저 얻으니 뿌듯하다. 읽고 나서 우쭐거릴 일을 떠올리면 신나기도(?) 하다.
눈으로만 읽으면 다른 생각이 떠올라 글이 날아가기가 쉬운데 소리 내서 읽으면 몸에 스며든다. 소리를 내면 가락이 보태져 글의 흐름이 내 느낌으로 다가오고, 글쓴이의 마음까지 톺아볼 수 있다. 말을 못하는 나로서는 말하는 솜씨를 익히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잘 골라야 재미도 느끼고, 재미를 느껴야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그때 석원이가 찾아왔다. 꼼꼼한 사람이라 미리 만남을 잡는데 어지간히 바빴나 보다. 그는 갑자기 닥친 일을 말하고 큰 틀을 잡았다. 일의 앞뒤를 훑어보고 나서 ‘이것부터 이렇게 하면 되겠지요?’ 일머리를 찾아 가닥을 치고 돌아갔다. 나는 맞장구나 치면서 듣기만 했는데 고마워했다.
일을 풀어가면서도 석원이는 끊임없이 헤아릴 것이고, 가닥을 쳤더라도 잘못을 알아채면 우김질하지 않고 곧바로 고칠 것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숨기지 않고 터놓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어려움을 여러 사람이 알게 되면 함께 풀고, 어떤 때는 느닷없이 그 해결책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해보면? 아니지, 저렇게 해볼까? 석원이는 혼자 구시렁거리며 수수께끼 풀 듯 즐기면서 입다짐(결심)을 한다.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중얼거린 입다짐은 실천한다. 사람들이 석원이를 믿고 돕는 까닭이다.
‘한 일’을 뽐내며 자랑하는 사람이 많은데, 석원이가 한 일은 남들이 치켜세운다. ‘하지 않은 일’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해서 그러는지 그는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 바탕에는 ‘인정’(人情)과 ‘도리’(道理)가 있다.
인정이란? ‘사람의 마음’ 곧 남을 헤아리는 마음이다. 도리란? 사람의 일, 곧 마땅히 해야 할 바른 일이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마땅히 할 일을 하니까 사람들이 믿는다. 잇속을 챙기지 않고 바르게 하니까 사람들이 돕는다. 사람을 먼저 떠올리고, 할 노릇을 하니 믿음은 저절로 생긴다. 속 좁은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서로 뜻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만나면 ‘정치’와 ‘종교’를 빼고 말하자고 한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만 빼면 하하 호호 웃으며 이야기가 잘 이어지고, 일도 잘 풀린다는 뜻이겠다. 그 말을 거꾸로 살피면, 정치와 종교가 서로의 앞길을 막고, 가장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는 게 정치와 종교인데 오히려 가장 힘들게 한다.
정치와 종교에는 ‘믿음’이 있어야 서로 돕는다. 믿음이 없는데 서로 북돋아 주기까지 한다는 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헛소리다. 그래서 종교가 말끝마다 ‘믿습니까?’를 붙이고, 정치가 ‘나를 믿어주라’고 악다구니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종교에서는 기도를 한다. 기도는 바라는 일을 비는데, 빌기만 해서는 바라는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에서는 꿈(희망)을 말한다. 꿈은 여러 사람이 행복하자는 일인데, 입으로 떠벌린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기도와 꿈은 몸짓(실천)이 따라야 한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가 입속으로 떨어지기만 빈다고 홍시가 떨어지지 않고, 홍시가 떨어지더라도 얼굴은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고 만다. 기도와 꿈은 어떤 일을 빌기보다는 ‘~하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뒤숭숭하다. 숨기니까 바이러스의 흐름을 알 수가 없고, 감추니까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졌는지 모른다. 어떤 일을 숨기고 감추는가? 떳떳하지 못하고, 믿음이 없을 때 숨기고 감춘다. 숨기는 일은 인정(사람의 마음)을 팽개치는 일이고, 감추는 일은 도리(사람의 일)를 저버리는 일이다. 인정과 도리 없이 촐랑거린다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풀리지 않는다.
꼭 정치와 종교에서만 그러지는 않는다. 우리의 일터에서도 숨기고 감추는 일은 꼭 탈이 난다. 못된 짓이나 나쁜 짓은 몰래 해야 하니까! 못된 짓과 나쁜 짓은 터놓고 말하지 못한다. 세상에 숨기고 감출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숨긴다고 감춰지지도 않는다. 어려울수록 ‘터놓고’ 풀이(해결책)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어려움이 생기면 터놓고 말을 하는 석원이가 믿음직스럽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남의 허물을 꼬집어 나쁜 말만 말만 하고 떠넘기는 사람(정치인, 종교인)은 목대잡이(지도자)가 아니라서 업신여겨진다. 힘들 때 제 잇속만 챙기면서 나쁜 짓을 부추기는 사람(언론)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니까 깔보이게 된다. 비난을 일삼는 일은 인정이 아니고, 제 잇속만 챙기는 일은 도리가 아니다.
인정과 도리로 풀면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그 어떤 어려움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인정과 도리가 몸에 스며 있어서 실천하는 사람들을 자랑하기 바쁘면 좋겠고, 그런 사람들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좋겠다.
눈으로만 읽으면 다른 생각이 떠올라 글이 날아가기가 쉬운데 소리 내서 읽으면 몸에 스며든다. 소리를 내면 가락이 보태져 글의 흐름이 내 느낌으로 다가오고, 글쓴이의 마음까지 톺아볼 수 있다. 말을 못하는 나로서는 말하는 솜씨를 익히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잘 골라야 재미도 느끼고, 재미를 느껴야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한 일’을 뽐내며 자랑하는 사람이 많은데, 석원이가 한 일은 남들이 치켜세운다. ‘하지 않은 일’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해서 그러는지 그는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 바탕에는 ‘인정’(人情)과 ‘도리’(道理)가 있다.
인정이란? ‘사람의 마음’ 곧 남을 헤아리는 마음이다. 도리란? 사람의 일, 곧 마땅히 해야 할 바른 일이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마땅히 할 일을 하니까 사람들이 믿는다. 잇속을 챙기지 않고 바르게 하니까 사람들이 돕는다. 사람을 먼저 떠올리고, 할 노릇을 하니 믿음은 저절로 생긴다. 속 좁은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서로 뜻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만나면 ‘정치’와 ‘종교’를 빼고 말하자고 한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만 빼면 하하 호호 웃으며 이야기가 잘 이어지고, 일도 잘 풀린다는 뜻이겠다. 그 말을 거꾸로 살피면, 정치와 종교가 서로의 앞길을 막고, 가장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는 게 정치와 종교인데 오히려 가장 힘들게 한다.
정치와 종교에는 ‘믿음’이 있어야 서로 돕는다. 믿음이 없는데 서로 북돋아 주기까지 한다는 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헛소리다. 그래서 종교가 말끝마다 ‘믿습니까?’를 붙이고, 정치가 ‘나를 믿어주라’고 악다구니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종교에서는 기도를 한다. 기도는 바라는 일을 비는데, 빌기만 해서는 바라는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에서는 꿈(희망)을 말한다. 꿈은 여러 사람이 행복하자는 일인데, 입으로 떠벌린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기도와 꿈은 몸짓(실천)이 따라야 한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가 입속으로 떨어지기만 빈다고 홍시가 떨어지지 않고, 홍시가 떨어지더라도 얼굴은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고 만다. 기도와 꿈은 어떤 일을 빌기보다는 ‘~하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뒤숭숭하다. 숨기니까 바이러스의 흐름을 알 수가 없고, 감추니까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졌는지 모른다. 어떤 일을 숨기고 감추는가? 떳떳하지 못하고, 믿음이 없을 때 숨기고 감춘다. 숨기는 일은 인정(사람의 마음)을 팽개치는 일이고, 감추는 일은 도리(사람의 일)를 저버리는 일이다. 인정과 도리 없이 촐랑거린다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풀리지 않는다.
꼭 정치와 종교에서만 그러지는 않는다. 우리의 일터에서도 숨기고 감추는 일은 꼭 탈이 난다. 못된 짓이나 나쁜 짓은 몰래 해야 하니까! 못된 짓과 나쁜 짓은 터놓고 말하지 못한다. 세상에 숨기고 감출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숨긴다고 감춰지지도 않는다. 어려울수록 ‘터놓고’ 풀이(해결책)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어려움이 생기면 터놓고 말을 하는 석원이가 믿음직스럽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남의 허물을 꼬집어 나쁜 말만 말만 하고 떠넘기는 사람(정치인, 종교인)은 목대잡이(지도자)가 아니라서 업신여겨진다. 힘들 때 제 잇속만 챙기면서 나쁜 짓을 부추기는 사람(언론)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니까 깔보이게 된다. 비난을 일삼는 일은 인정이 아니고, 제 잇속만 챙기는 일은 도리가 아니다.
인정과 도리로 풀면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그 어떤 어려움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인정과 도리가 몸에 스며 있어서 실천하는 사람들을 자랑하기 바쁘면 좋겠고, 그런 사람들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