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동식물
2020년 02월 28일(금) 00:00
온 세상이 ‘코로나19’에 갇혔다. 확진자 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뉴스를 본다.

짜증 나는 뉴스 속에 그나마 아직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영화 ‘기생충’ 얘기는 다소나마 우리의 숨통을 틔게 해 준다. 제작 관련 뒷얘기나 인터뷰, 해외 관객 순위 갱신 등의 뉴스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뿌듯한 마음이 커서인지 심지어 트럼프의 ‘기생충’ 헐뜯기 뉴스조차도 기껍다.

기생(寄生)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체(숙주, 宿主) 표면이나 내부에 붙어살며 이익을 챙기는 동시에 숙주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말한다. 기생충은 다른 동물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같은 벌레를 일컫는다.

한데 뻐꾸기의 얌체 같은 기생 행위도 잘 알려져 있다. 다른 조류의 둥지에 알을 맡겨 새끼를 키우는 탁란(托卵)탓이다. 뻐꾸기는 숙주인 뱁새가 없는 틈을 타 그 둥지에서 알을 최대한 물어낸 뒤, 순식간에 자신의 알을 한 개 낳는다. 여기에다 뻐꾸기 새끼는 뱁새 새끼보다 먼저 태어나기 때문에 부화한 뒤, 뱁새 알을 발로 밀어 둥지 아래로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자기 새끼를 죽인 뻐꾸기 새끼를 모른 채 키우는 뱁새가 짠하고, 얍삽한 행위로 남의 자식 농사를 망친 뻐꾸기 어미는 물론 새끼까지도 얄밉기만 하다.

식물 중에도 기생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가 아니면 직접 보아도 알 수 없다. 일반인들이 구별할 수 있는 정도는 차가버섯과 상황버섯 같은 크기가 큰 대형 버섯 종류이다. 차가버섯은 시베리아 같은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자작나무 등에 기생한다. 차가버섯은 살아 있는 자작나무의 상처를 통해 내부에 침입한 후 15~20년가량 영양분을 빨아 먹으며 성장하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버섯이 다 자라면 자작나무는 고사한다. 상황버섯도 주로 뽕나무 줄기에 붙어 숙주나무가 죽을 때까지 단물을 빨아 먹고 성장한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름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 성금 1억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다. 아무튼 영화 ‘기생충’을 숙주로 삼아 한국 영화들이 한층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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