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성 전남도 남평과적검문소 주무관] ‘풍수 문화 도시’ 나주 남평의 꿈
2020년 02월 27일(목) 00:00
광주를 기준하여 남쪽의 평평한 들판, 그리고 낮은 들이라는 지명 유래를 간직하고 있는 남평은 예나 지금이나 빼어난 물의 고장이다. 물의 주인공은 남평의 젖줄인 드들강이라 불리는 지석천. ‘남평읍지’에 의하면, 현재 사용하는 남평이라는 지명은 고려 태조 23년(940년)에 최초로 출현하지만, 백제 시대에는 미동부리현과 미다부리정으로 불렸다.

통일 신라 시대에는 중국(당나라)식 지명으로 바꾸면서 현웅현이 됐다. 현웅이란, 당시 신라 10곳의 군사 조직 중 하나를 광주의 관할인 남평에 설치했는데, 그 군대의 군복에 달았던 휘장이 흑색이었기에 현웅이 됐다고 전해진다. 현웅은 남평의 지역 특성과 무관해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지명은 그 지역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든 살아 있는 화석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 전면 시행된 도로명 주소 표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발 맞추기 위한 명분이긴 했지만, 우리 고유 문화의 파괴를 우려해 역사학계의 반발이 컸던 것도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남평이라는 지역에 붙여진 지명은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러져 왔지만, 니체의 말처럼 우연이야 말로 필연이듯, 달리 불리어진 지명 속에는 공교롭게도 물의 기운과 의미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에 필자는 남평을 ‘물의 고장’ 이라 칭했던 것이고, 이를 토대로 나주 남평의 꿈 얘기도 해보려 한다.

우선 어떻게 지명 속에 물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백제 시대에 불러진 미동부리와 미다부리의 뜻은 저지대에 형성된 촌락이란 뜻이다. 저지대는 말 그대로, 지대가 낮아 물이 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라 시대에 불러진 현웅은, 물론 당시 주둔했던 군대의 휘장이 흑색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오행 사상에 의하면 물을 상징하는 색이 바로 흑색이다. 또 고려 초기에 남평과 함께 사용했던 영평이란 지명 역시 질척이는 진들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남평이란 지명도 서두에 잠깐 밝혔듯이 지대가 낮아 물이 차는, 낮은 들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남평은 얼마나 물과 인연이 깊었으면 장날도 물을 상징하는 숫자인 1과 5를 사용하고 있다. 읍내 강변에서 건너편 산자락을 보면, 풍수의 문외한이라도 금방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다. 산세가 물 흐름처럼 고만고만한 크기로 구불구불 흘러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남평은 물과 함께 삶의 애환을 나누면서 지명에 물의 흔적을 깊게 새기면서 강물처럼 도도한 역사를 만들어 온 것이다.

남평은 드들강도 명품이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남평 과적검문소 뒤꼍으로 난 수로를 통해 읍내 중심으로 물이 흘러간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강물이 도심을 감싸고 흐르면서 풍요로운 기운을 전하고 있는 듯하다. 물의 도시는 어쩔 수 없이 잘사는 명품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풍수에서 물의 싱징이 재물이며, 실제로 강물은 남평 들녘을 촉촉이 적셔 해마다 풍년을 이뤄 ‘왕건이 탐낸 쌀’이라는 전국을 대표하는 남도 쌀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이제는 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고 물의 문화적 활용도에 대한 지역 사회의 행복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필자는 오랜 물의 역사를 활용한 명품 도시 만들기를 제안한다. 어떤 특정 지역을 ‘문화 생태 도시’로 만들고, 누구나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로 조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평은 그러한 도시 조성의 자연 조건을 잘 갖춘 지역이다. 문화 생태 도시의 기본 밑그림은 전문가들의 몫이겠지만, 전남 지역이 우리나라 풍수의 시조인 도선 국사를 배출한 고장임을 착안해 남평을 풍수 문화 생태 도시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획일적인 아파트를 지양하고 남평의 ‘물이 나무를 살린다’는 수생목의 상생 논리에 맞춰 풍수의 목형(삼각형) 주택을 짓고 그에 따라 건축 조례도 정비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풍수 건축은 이 시대의 독창적인 건축 문화 유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도심으로 흘러드는 수로를 드들강과 연계해 쾌적한 둘레길을 조성하고 그 주변을 수목원, 맛집, 카페, 주점,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농산물 마켓, 시비와 노래비를 갖춘 휴식 공간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만 하다. 남평이 물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