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참여로서의 보훈
2020년 02월 11일(화) 00:00

[하유성 광주지방보훈청장]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하여 2월 10일 현재 27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다. 국민들은 보건 당국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개인 위생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잇단 확진 소식에 낙담하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한 교민을 수용한 아산과 진천에서도 서로에 대한 응원과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희망이 싹트고 있다. ‘우리는 아산이다’(We are Asan) 운동은 자칫 질병을 얻은 사람이나 그 가족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치달을 뻔하였던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보훈이 아닐까.

지난 1월 21일 국가보훈처는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강한 안보, 책임 보훈’을 주제로 2020년 주요 업무 계획을 보고하였다.

먼저, 오늘날 대한민국을 이룬 세 축이자 보훈의 세 영역인 독립·호국·민주 분야 10주기를 맞이하여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는 기념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독립’ 분야는 ‘청산리·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계기로 항일 독립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함께 기억하는 행사를 마련한다. 역사 대장정, UCC공모전 등 다양한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해외에 묻힌 독립 유공자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는 사업을 전개한다.

‘호국’ 사업은 ‘6·25 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사람 중심의 추모와 평화의 장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이제 연세가 아흔에 접어든 6·25 참전 용사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UN 참전국과 참전 용사에게도 우의에 감사하는 사업을 전개한다. 미국 워싱턴에 건립될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조성을 위한 디자인 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 분야는 4·19 혁명 60주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등 정부 기념식을 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장소에서 개최하고, 각 민주 운동별 특색을 살려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함으로써 국민 공감대를 확대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정부 부처간 인정 기준이 다소 다른 전상(戰傷)·공상(公傷) 기준을 개선하여 금년 상반기 중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환경 변화에 걸맞게 보훈 대상자 인정 기준을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다. 보훈 심사 대기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 심의제 도입, 보훈 심사 위원 정원 확대, 시민 참여 제도 법제화도 추진해 나간다.

세 번째, 국가 유공자 본인과 유가족 중 소외된 분들에 대한 보훈 보상 정책도 확대한다.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보훈 대상자 가족들을 위한 생계 안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보상금과 수당 제도 전반에 대한 정책 연구도 추진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보상 기준과 수준을 정립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보훈 가족의 영예로운 여생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한 의료·요양·안장 서비스도 양적·질적으로 확충해 나간다. 금년 말에는 광주보훈병원 재활센터가 문을 열고, 노후화된 중앙보훈병원 치과병원을 2022년까지 신축하여 적시에 치과 진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광주·수원·김해·대구·대전·남양주에서 운영하는 보훈요양원을 올해 11월에는 원주, 2021년에는 전주에 개원할 계획이다. 국립묘지는 제주국립묘지와 경기도 연천현충원을 새로 조성하고, 대전현충원과 이천호국원은 묘소를 대폭 확충한다. 이를 통해 현행 5만 6000기의 안장 능력을 2025년까지 28만 1000기로 늘려 보훈가족 고령화에 따른 안장 수요에 빈틈없이 대처할 계획이다.

보훈은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헌신에 대한 존경이고, 이웃을 위한 희생이 가치 있는 삶임을 우리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나라를 되찾고, 지키고, 바로 세운 독립·호국·민주의 역사가 각각의 시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황현산 선생은 “그날의 기억밖에 없는 사람은 그날 벌어 그날 먹는 삶보다 슬프다”(밤이 선생이다)고 하였다.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겪어온 흔적도 기억 속에 새기고 그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원들이 기억하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는 새롭고 생생한 모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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