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산이다”(We are Asan)
2020년 02월 07일(금) 00:00

[김하림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병되어 ‘우한 폐렴’이라고도 불리는 신종 전염병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중국 및 중국과 인접한 국가는 물론 유럽, 미주 지역까지 환자가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도 확진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감염 경로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치료 약품도 개발되지 않았으며, 발병 환자와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두려움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형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확산되고 심각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모두가 조심하는 것이 상책일 뿐이지만, 이로 인해 파생된 여러 현상들은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점이 많은 듯하다.

우한 거주 교민들을 귀국시켜 14일간 격리 시설에 머물게 하는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가 갈등에 휩싸인 적이 있다. 교민, 정부, 지역민, 어느 쪽이나 그 절박함은 마찬가지였고,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논리나 입장도 타당했다. 잘못하다가는 공권력이 개입하는 위험한 상황까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촉즉발의 대립과 갈등은 ‘We are Asan’이라는 스케치북에 쓰여진 짧은 손팻말 사진이 SNS에 올라오면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같은 국민이라는 연대감이 그 기저에 자리잡고 있을 터이지만, 그 손팻말은 편협한 ‘애국주의, 종족주의,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것이었다고 보여진다.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메아리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역, 인종, 국가, 성별을 넘어 고통과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보편적 인류애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두렵다. 그래서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발생지가 중국이고, 중국인들의 식습관과 ‘박쥐’의 바이러스가 겹쳐지면서 확산된 차이나 포비아는 수많은 ‘가짜 뉴스’까지 양산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보수 정치 세력은 이러한 차이나 포비아를 부추기고, 혐오 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이득을 얻고자 하는 행태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한 힘내라’(武漢加油)라는 지원과 격려도 점차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의 26%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관광 산업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기도 하며, 원자재나 부품의 생산이 우리나라 산업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 마이너스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도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잠잠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는 원모심려도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편견과 배제, 차별과 혐오가 뿌리내리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한 도시가 고립되어 배제와 편견을 뒤집어 쓴 아픔을 가까운 역사에서 우리는 경험했고, 또한 이러한 편견이나 차별이 얼마나 오랫동안 생명력을 지니고 있고, 이를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얼마나 확대되어 가는가를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든 빈곤이든, 이를 극복하는 중요한 힘은 배려와 연대, 지원과 애정에서 나온다. 더구나 지금처럼 지구촌이 실시간으로 깊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포비아 뒤에 숨어있는 혐오와 차별은 마치 바이러스와 같이 널리 퍼지는 듯 하지만, 따뜻한 날씨가 다가오면 쥐 죽은 듯이 사라지고 만다.

“우리가 아산이다”라는 작디 작은 손팻말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빛이 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 사회의 성숙한 민주 의식과 연대 행위를 인식하게 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