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달’
2020년 01월 28일(화) 00:00
얼마 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1월을 뜻하는 순우리말을 묻는’ 퀴즈를 듣게 됐다. 그런 말이 있었나 골똘하게 생각하던 터에 ‘해오름달’이라는 정답에 귀가 번쩍 뜨였다. 궁금해서 사전을 뒤졌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말의 근거를 찾아보았다.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는 임의진 목사가 일찍이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게재한 글을 통해 제안한 우리말 달 이름이란 것을 알게 됐다. 1월은 새해에 힘 있게 오른다 해서 ‘해오름달’, 2월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이라 해서 ‘시샘달’, 3월은 산과 들에 물이 오른다 해서 ‘물오름달’과 같이 우리말로 이름을 붙였다.

문화연대에서도 우리말 달 이름을 만들었다. 1월은 새해맞이에 함박 웃는 ‘한밝달’, 2월은 햇살에 새움이 돋는 ‘들봄달’, 3월은 봄나물에 입맛 돋는 ‘온봄달’이다. ‘해오름달’이나 ‘한밝달’은 대중들에게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의미를 부여한 예쁜 우리말 달 이름이어서 눈길을 끈다.

내친 김에 달과 관련된 속담과 토속민요도 찾아보았다. ‘어정섣달에 미끈정월’이라는 재미난 속담이 있었다. 음력을 기준으로 묵은 해 끄트머리인 섣달은 한가하게 어정어정 보내고, 새해를 맞은 정월은 언제 가는지 모르게 빨리 지나간다는 의미다.

‘액막이 타령’은 재앙이나 불행을 뜻하는 ‘액’(厄)을 막기 위해 정월 초에 부르던 토속민요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1년 내내 무탈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액을 막자 액을 막자/ 정월에 드는 액은 이월로 막아 내고/ 이월에 드는 액은 삼월 삼질에 막아 내고….”(순창군 팔덕면 월곡리 ‘액막이 타령’ 중)

어느새 새해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해오름달’이 끝나고 새로이 ‘시샘달’이 시작된다. 그래도 음력으로 따지면 이제 겨우 경자년 새해 첫발을 뗀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해의 출발선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며 흐지부지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눈다운 눈 한 번 내리지 않은 채 겨울이 끝나 간다. 새봄을 맞으며 새 발걸음을 시작해 보자.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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