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 이제 시작이다
2020년 01월 28일(화) 00:00

[김경호 광주시 노동협력관]

수렴을 영어로 풀어보면 컨버젼스(convergence)이다. ‘con’은 어원으로 ‘together’(함께)라는 의미이고, ‘verg’는 ‘turn or change’(돌고 바뀌는)의 뜻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을 섞어서 돌고 바뀌어 하나로 집중이 되어 간다’의 의미일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누구도 가 보지 않아 알 수 없는 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의 계량화된 일자리가 아니라 계량화할 수 없는 노사 상생의 가치를 담은 일자리이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은 앞에서 언급했던 수렴해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수렴해 가는 과정은 끝이 없다. 기존의 다양한 변수(비효율)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고, 그 목표에 끊임없이 접근하는 것이다.

우리 시는 노사 상생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노동의 가치를 공론화하였다. 광주형 일자리는 언제까지 몇 개의 기존 일자리를 더 완성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각 주체간 끊임없이 논의하고 숙의하여 모두 함께 그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광주형 일자리의 결과물은 숫자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시는 지난 1월 14일 전국에서 최초로 ‘노사 상생 도시 광주’를 선언했다. 선언 이후 각 사회 주체들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후속 실천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노동계가 투쟁과 민원의 당사자에서 협력과 협업의 파트너로서 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노사 상생 도시의 선언은 노동 참여의 기회와 목소리를 담고 있다. 현장의 쓴소리도 가감 없이 듣고, 토론하고, 다양한 의견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 말 노동계와 함께 노사 상생 도시를 고민하는 토론의 장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석호 민주노총 전 사회연대위원장은 광주의 노사 상생 도시는 서울과 경기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며 이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역설했다. 서울과 경기는 노사 상생을 단지 노동으로만 한정하고 접근하는데 비해 광주는 노와 사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을 근본적인 차이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광주의 노사 상생 도시 구상은 비전을 먼저 세우고 추진한 것이 아니라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이 확장되면서 추진한 사업이라는 쓴소리도 이어 갔다.

광주형 일자리 첫 삽은 노동 참여의 실증일 것이다. 그 시작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노동계와의 대화, 굴곡점이 있었다. 아울러, 광주형 일자리의 목표는 양극화되어 있는 사회 구조의 바닥을 끌어 올리는 것일 것이다. 즉 지역에 보편화된 삶의 평등을 광주에서부터 가꾸어 나아가는 것이다. 작년 1월 31일 대통령께서도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하셔서 “광주 형일자리는 혁신적 포용 국가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그 결과 광주에서 시작한 광주형 일자리가 상생형 일자리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러한 새로운 경제 질서를 구축하여 정의롭고 풍요로운, 기업하고 좋고 일하기 좋은 노사 상생 도시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다.

이미 우리 광주는 오랜 시간동안 많은 숙의와 곡절로 그 방향과 적용 모델을 만들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과정이다. 그 방향에 우리의 신호등을 몇 개, 어떻게, 무엇으로 설치할지, 건널목은 어떻게, 몇 차선을 만드는 게 좋을지는 지금 머리를 맞대 논의할 일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의 기업 중심의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이 주도하여 새로운 노사 상생이라는 명제를 논의하고 그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수정하여 수렴해 가는 일자리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각계의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국민이 인정하고 시민이 사랑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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