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건강이 도시의 미래다
2020년 01월 06일(월) 00:00

[임택 광주 동구청장]

먹이사슬 최하위에서 남극의 다양한 종들을 먹여 살리는 크릴새우. 새우라 칭하지만 사실 난바다곤쟁이목에 속하는 갑각류인 이 작은 생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낚시꾼들을 제외하면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 크릴새우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어획량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다.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이미 크릴새우 조업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국가이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크릴새우가 이전에 비해 80%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인간의 남획이 멸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무병장수의 꿈은 연금술과 더불어 인류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건강하게 오래살기 위한 인류의 희망은 다른 종들의 수난으로도 이어진다. 그래서 코끼리의 상아와, 물범의 기름 그리고 곰의 쓸개즙을 포함한 수많은 자양 강장 식품은 거대한 시장을 이룬다. 건강에 좋다는 새로운 식품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 남미 원주민들이 먹었을 법한 열매와 뿌리들이 어느새 이역만리 타국인 대한민국의 식탁 위에도 자연스레 올라가는 요즘이다. 60년 전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를 넘나들며 생존 수단으로서 식생활을 영위했던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건강’이란 무엇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하고 질병이나 신체적 병약함이 없는 상태로 규정했다. 신체적·영양학적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동구 역시 지난 2007년 대한민국 건강도시협의회(KHCP) 및 WHO 서태평양 건강도시연맹(AFHC)에 가입한 이후 주민들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동안 동구는 지난 2009년 관련 조례 제정 이후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응급 시계 시스템 구축, 건강 관리 바우처 시행, 동적골 산책로와 푸른길 도심 건강길 조성, 건강 아파트 운영, 건강 계단 설치 등 건강한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주민이 건강해야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구의 건강 도시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민국 건강도시상 최우수상에 이어 올해에는 대한민국 건강도시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건강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소규모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건강 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동 금연 클리닉, 건강 체험관, 직업병 예방 요가 등을 추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령 친화 도시답게 백세 시대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치매 안심 센터를 중심으로 해마다 동을 순회하는 치매 검진을 비롯해 치매 안심 마을 조성, 치매 안심 경로당 운영, 치매 세대 가스 안전장치 설치, 치매 가족 지원 사업 등 다각적으로 치매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어르신들의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고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지역 사회 돌봄 안전망 구축사업인 ‘백세학교’도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어르신 세 명이 한 모둠이 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응급 상황 시 조기 대응을 꾀하고, 지역 기관·시설에서 운영하는 여가 활동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올해만 100개 모둠 300명의 어르신을 발굴해 시범 운영 중인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제법 뜨겁다. 이외에도 해마다 정신 장애인들을 위한 ‘전심 페스티벌’, ‘정신 건강 토크쇼’ 등 주민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그야말로 ‘열일’ 중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망은 2020년에도 여전히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새해 소원일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에 좋은 음식, 건강에 좋은 운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에 좋은 환경, 그것이 우리 동구가 추구하는 도시의 모습이다. 구정 전반에 주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주거 형태, 나이, 계층에 관계없이 주민 누구나 건강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곳. 건강 도시를 위한 그 힘찬 발걸음에 지역 사회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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