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로 체육회장 뽑아선 안돼”
2020년 01월 01일(수) 21:10
<상>체육계 인식전환 절실
광주 첫 민선 체육회장 제대로 뽑자
지역 체육회 선거조직 악용 지적
공정·투명한 절차 따라 선거하고
체육계 스스로 정치적 예속 벗어나야
올해부터 광주·전남지역에서 민선체육회장 시대가 시작된다. 전남도체육회가 지난 15일 회장을 선출한데 이어 광주시체육회도 이달 15일 첫 민선회장을 선출한다.

광주시와 전남도 체육회장은 오는 16일부터 집무를 시작한다. 시·도체육회 회장을 자치단체장이 맡아온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 원칙을 반영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간 지자체장이 당연직 체육회장을 겸임해왔지만, 지자체장 선거 때마다 지역 체육회가 특정 후보의 선거조직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법률이 개정됐다. 국회법은 이미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하고 있으며, 정치와 체육의 분리는 글로벌스탠더드다.

하지만, 새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광주 체육계에서는 정치·체육 분리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체육계 임원 등을 중심으로 광주시장과 가깝거나 인적네트워크가 있는 인사를 합의추대 형식으로 내세우자는 논의를 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선거중립 의무를 준수해야할 체육회 핵심간부와 임원까지 가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체육인은 공공연하게 ‘시장이 염두에 둔 인물을 후보로 추대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급기야 이용섭 광주시장이 직접 나서 “‘이심’(李心)은 없다”고 공개선언하는 지경이 됐다. 이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광주체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유능한 분이 다수 체육인의 뜻에 따라 체육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 확실하게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 정치를 화두로 치러지는 체육회장 선거에서 일고 있는 ‘정치회귀’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선진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체육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체육회 운영예산의 편성권을 자치단체에서 쥐고 있는 구조적인 탓이 크다”면서도 “체육계 스스로 정치적 예속을 벗어나 독립하고 체육의 미래를 꾸려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광주 체육계에서 ‘합의추대’ 움직임이 표면화한 것은 체육계의 카르텔·패거리 문화와 연관돼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종목과 단체, 선배, 스승, 학연 등으로 얽힌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른바 ‘어른’들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 여느 체육계도 만연한 현상이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우리 스스로 주권을 행사해 회장을 뽑는 법적·제도적 틀이 마련됐음에도, 특정인들이 나서 회장을 옹립하려는 것은 체육계가 아직도 구시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제 체육계에도 수평적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 체육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체육인이 변하지 않으면 체육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자성론이다. 실제 체육계는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아니라 늘 변화를 요구받는 객체가 돼왔다. 지난 2016년 진통 끝에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아우른 통합체육회가 탄생한 계기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관철된 때문이다. 체육인들은 체육회의 재정적 독립이 보장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거로 인한 계파갈등, 종목 간 갈등 등 각종 부작용이 많다며 민선 체육회장제를 거부해왔다.

광주 경기단체의 한 간부는 “체육계는 늘 변화를 거부해왔고 결국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늘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이번 체육회장 선거를 계기로 체육계가 그동안 현실을 반성하고 개혁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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