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거리 재생 내건 문화플랫폼 ‘미로센터’
동구 문화발신지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동구 명소 알리는 대형타일벽화 ‘동알이’
미로책방·창작방 어우러진 ‘미로방방’ 눈길
건물사이 무대선 공연·플리마켓 등 행사
2019년 12월 31일(화) 00:00

미로센터는 옛 메타미술학원을 리모델링한 4층 건물과 새로 증축한 2개 건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건물 내부에 설치된 나무계단.


올 한해 지역문화계에서 화제가 된 곳 가운데 하나는 미로센터(센터장 한창윤)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1일 광주시 동구에 둥지를 튼 미로센터는 쇠락한 예술의 거리를 되살리는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1년여간의 공정 끝에 모습을 드러낸 미로센터는 예술의 거리의 거점 공간이자 동구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앵커(Anchor)시설을 표방한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궁동 예술의 거리는 서울 인사동 부럽지 않은 핫플레이스였다. 매년 가을 수십여 개의 화랑이 기획한 궁동미술제와 주말마다 열리는 개미장터는 밀려드는 인파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예술의 거리에 늘어선 화랑과 화구점에는 그림을 구입해 액자를 주문하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젠 추억속으로 사라진 전일빌딩 지하의 전일다방과 선술집 ‘영흥식당’은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가난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던 예술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방과 술집에 삼삼모여 예술과 삶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하지만 ‘궁동의 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1997년 IMF 한파와 도심 공동화 등 예상치 못한 외부 환경에 밀려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미로센터 개관으로 궁동 예술의 거리는 인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동구의 문화발신지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됐다.

외부에서 보여지는 것과 달리 미로센터는 꽤 규모가 크다. 국비와 시비 기존 국비 등 5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미로센터는 기존 메타미술학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4층 건물과 새롭게 증축한 3층 건물 2개 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져 있다.

이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탁 트인 야외공연장이다. 무대 중앙에 서면 건물 사이로 멀리 무등산이 보여 삭막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소규모 음악회와 공연, 플리마켓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미로센터의 증축동 1층 입구에 꾸며진 대형타일벽화 ‘동알이’


증축동 1층 입구에는 동구의 명소들을 알리는 대형 타일벽화 ‘동알이’가 시선을 끈다. 광주지역 초·중·고등학생 32명이 토론을 통해 예술의 거리의 역사성과 전통성 등을 상징하는 내용을 그들의 관점에서 이미지와 기호로 시각화 한 작품이다. 고 박관현 열사에서 부터 전일빌딩, 아트타운 갤러리, 영흥식당까지 주제는 다르지만 청소년 특유의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표현돼 신선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기존 무등갤러리와 연계한 전시 공간이 눈에 띈다. 47평 규모의 기존 갤러리와 더불어 24평 규모의 갤러리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연계되면서 총 81평으로 확장돼 대규모 전시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무등갤러리 건물에 맞추다 보니 새로운 공간의 층고가 낮아 전시장의 효과를 내기엔 조금 아쉽다.

취재차 둘러 본 기존 건물(옛 메타미술학원)의 리모델링동 1층 미로카페에서는 개관기념전으로 ‘큐레이티드 광주’(11월 1~30일)전이 열리고 있었다. 광주를 상징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키워드를 통해 문화 테라피로서의 미로센터를 조명해보는 기회로 신성창(플로리스트), 박정효(서예가), 보은(일러스트레이터), 박상혁(그래픽 디자이너), 정희경(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영리(북 디자이너) 등 12명 작가의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전시회가 끝나면 내년에는 임대로 운영되는 북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다.

3층 레시던시 공간인 미로 스튜디오에서 몽골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2층에는 미로책방과 미로 창작방이 어우러진 미로 방방이 자리하고 있다. 3층 미로스튜디오는 미로센터의 앵커기능을 보여주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미국 거주 한국 작가 조인자, 프랑스 거주 작가 허경애, 일본 거주작가 김무화, 몽골작가 바트댈게리 부랭바트 등이 머물며 광주를 영감으로 하는 작업을 했다. 4층에는 예술의 거리 상인, 작가 등이 세미나, 협업회의, 소규모 미팅 등을 진행할 다목적 공간도 마련했다. 주황색 페인트로 칠한 주차장은 우천 시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미로센터가 자랑하는 메인 공간은 증축동(지상 3층·연면적 766.25㎡)의 2층에 꾸며진 미로라운지다. 디자인 큐레이터 한우성(유니버실 트렌드)씨가 설계한 열린 개념의 공간으로 시민과 예술인들을 위한 쾌적한 휴식 시설과 광주를 상징하는 디자인 아트상품, 디자인과 예술관련 서적 등이 비치돼 도심의 오아시스를 연상케 한다. 3층에는 120석 규모 공연장, 교육·체험실, 무등갤러리와 연계한 예술 공간이 마련돼 있다.

미로센터는 광주시 동구청과 문화적도시재생사업단 주체인 교육문화공동체 결이 함께 문화공동체 거버넌스 형태로 운영한다.

한창윤 센터장은 “쇠락해가는 도심의 예술의 거리를 재생시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시민과 예술가, 상인들이 어우러진 예술커뮤니티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나가겠다”면서 “과거 미술품 거래의 본산이었던 예술의 거리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공공 옥션’ 개최도 구상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로센터는 개관 기념전의 일환으로 지역 청년작가그룹의 대안전시 프로젝트 ‘아젠다 하이웨이 1111-방법이 없다’와 미로센터 2층 라이브러리의 ‘남도문학 100년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기획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청년작가 46인의 작품이 함께하는 ‘아젠다 하이웨이…’는 중국·독일 작가 10명이 참여해 독창적 영상과 조형, 페인팅 작품 등을 선보였으며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만든 15편의 영상을 상영하는 특별전 ‘예술상영회’도 열렸다.

내년 1월까지 지역서점 3곳과 함께 진행하는 ‘남도문학 100년의 발자취’는 △남도문학 100년 △동물권 △나의 전라도 책을 주제로 각각 4주간 진행된다. 미로센터 2층 ‘미로라운지’에 기획한 책들이 전시되고, 각 책방의 북큐레이션 주제에 따른 문학강연, 번역, 제본체험 프로그램들이 ‘모두의 라이브러리’에서 펼쳐진다. 이 기간동안 매주 목·금·토요일에는 ‘새터데이-밤의 미로’ 프로그램도 개최된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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