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감상 협회’
2019년 11월 21일(목) 04:50
‘비행운’(飛行雲)이라는 이름의 구름이 있다는 걸 안 건 김애란의 소설집 ‘비행운’(2012)을 읽고 나서였다. 책 제목을 접했을 땐 늘 등장하는 김애란 소설 속 인물들의 불우함을 떠올리며 ‘비행운’(非幸運)을 연상했다. 비주류로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늘 행운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중의적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건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갈 때 생기는 가늘고 긴 꼬리 모양의 구름을 뜻하는‘비행운’(飛行雲)이었다. 사전엔 ‘비행기가 높이 날 때 뿜어내는 가스가 찬 공기에 부딪쳐 생기거나 비행기가 지나간 뒤에 교란된 공기층의 과포화 수증기가 엉겨서 생기는 구름’이라고 설명돼 있다.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구름을 애써 찾아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여행 중 사진을 찍을 때면, 파란 하늘과 다양한 구름이 어우러진 앵글이 왠지 멋져 보여 잠시나마 ‘구름 찬양’을 하곤 했다.

고향 제주도에 올레길을 낸 서명숙의 ‘서귀포를 아시나요’를 읽다 ‘구름’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발견했다. ‘시사저널’ 편집장 시절, 신임 대표와 맞지 않아 고민하던 저자는 비양도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눈물을 쏟아 내고 메일로 사표를 보냈다. 이후 네팔 트레킹 등에서 그가 위로받은 건 ‘구름’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어떤 모임을 발견하게 된다. 이름하여 ‘구름감상협회’(cloudappreciationsociety.org). 2004년 ‘구름 추적자’라고 칭한 영국인 개빈 프레터피니가 만든 이 사이트에는 회원들이 말 그대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곳엔 수많은 구름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현재 회원은 4만5000명.

“우리는 구름이야말로 대자연의 시이며 최고의 평등주의자라 생각한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름이 몽상가를 위해 존재하며 사색이 몽상가의 영혼을 이롭게 한다고 믿는다. 구름에서 보이는 형태에 대해 사색하는 사람은 모두 정신과 상담료를 아끼게 되리라.” 모임의 선언문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거나 인터넷 속 ‘구름들의 변주곡’을 감상하면, 좋은 친구를 곁에 두는 셈이리라. /김미은 문화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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