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곳, 사람이 있으면 음악도 있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 신경아 지음
2019년 11월 15일(금) 04:50
관악기 ‘가이다’로 연주를 하고 있는 비롤씨. 터키어로 ‘툴룸’이라 하는 이 악기는 염소가죽으로 바람주머니를 만든다. <문학동네 제공>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천연 밀림이나 끝간 데 없이 펼쳐진 사막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북동부 사막지역인 말리는 분리주의자인 반군들로 위험한 지역이다. 낙타에 금과 소금을 싣고 상아를 내다 팔던 그 길이 오늘날에는 마약과 무기를 싣고 누비는 길로 변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곳에는 음악이 있다. 그곳이 누군가에게는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다. 리듬을 따라 선율을 따라 세상의 끝까지 찾아간 여정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자칭 “음악에 대한 타고난 감수성과 인종과 문화를 가리지 않는 친화력”의 소유자인 신경아 씨가 펴낸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은 사하라와 발칸, 아나톨리아에 대한 음악기행이다.

책 발간은 민속음악에 조예가 있던 PD인 남편이 은퇴하자 함께 음악여행을 떠난 것이 계기였다. 전통음악은 그것이 태어난 땅에서 들을 때 비로소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서울에서 유학하던 오빠가 음반을 잔뜩 가지고 왔다. 팝송, 클래식, 영화음악 음반들이었다. 오빠들 틈에 끼여 듣던 음악 중에 내 심금을 울리던 음악이 있었다. 그 음악들이 사이먼과 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사’라거나,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인 것은 도금 더 큰 후에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지는 사하라 인근 말리, 모로코, 모리타니, 세네갈을 비롯해 발칸 지역인 알바니아와 그리스, 불가리아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아나톨리아 지역인 터키, 쿠르디스탄도 방문했다.

저자의 첫 방문지 말리는 블루스 외에 전통 악기 연주 실력이 뛰어난 연주가들이 많다. 그들은 서양악기를 수용하면서도 전통주법으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방식을 버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한국 고유의 전통적 요소는 배제하고 완전히 서구화된 우리의 대중음악을 생각해보면,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어느 나라 악기든 자신들의 스타일로 바꿀 줄 아는 그들의 능력에 늘 감탄하게 된다”고 언급한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인들의 음악성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저자는 그들의 첫 악기는 직접 만든 조악한 악기라고 말한다. “원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더욱 치열하게 연주했을 것이고, 그것을 보수하고 개량하는 동안 실력이 쌓이며 명인이 되지 않았을까.”

서아프리카의 음악에서 자주 만나는 단어는 ‘그리오’다. 카스트의 한 계급이다. 부족의 역사를 전하고 축원하고 잔치에서 여흥을 담당한다. 악가무에 능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 중에는 그리오 출신이 많다.

모로코에는 지역과 민족에 따라 음악이 천차만별이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인들은 아랍팝을 즐기지만 모로코를 대표하는 장르라면 그나와르를 꼽는다. 또한 “민속음악으로는 베르베르인들이 마을잔치에서 부르는 음악인 아흐와시가 아직도 현장에서 연행”된다는 것이다.

터키 역시 장르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대체로 투르크 고유 민속음악이 잘 계승되고 있는 편이다. 이들의 민속음악에서 중요한 악기는 목이 긴 류트류의 현악기 ‘바을라마’다. 기타와 유사한 것으로 일반 가정이나 식당의 벽에 걸려 있을 만큼 대중적인 악기다.

긴 음악여행을 마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의 삶과 음악이 스토리가 됐다고. “음악여행은 사람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아무리 멋진 유적들이 즐비해도 그곳에 사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여행지에서는 음악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다음 여행지도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학동네·2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