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성용이보다 광주 FC 걱정이 더 앞서죠”
[‘K리그2’ 우승 달성 광주 FC 기영옥 단장]
기성용 아버지로 유명...고종수 등 길러낸 전문 지도자
구단 운영·선수 영입 등 5년째 팀 발전위해 동분서주
내년엔 전용구장시대 개막..."시민들 찾아와 축구 즐겼으면"
2019년 11월 15일(금) 04:50
“광주FC는 내 고향에서 키우는 또 다른 아들입니다.”

프로축구 광주FC의 기영옥 단장은 이번 가을 ‘우승팀 단장’이 된 덕분에 많은 이들의 축하인사를 받았다. 광주는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21승 10무 2패·승점 73점) 내년 시즌 K리그1에서 새로 시작한다.

기 단장은 “이게 진정한 승격이고, 우승이다. 구단 사상 첫 우승이고 K리그2 최다 무패(19경기), 팀 최다승 등 기록도 많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최소 비용으로 우승했다며 “지난해 힘들었던 부분을 잘 이겨내고 우승을 이끈 박진섭 감독과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사연 많은 시간을 버티고 이룬 결실이라 기 단장의 기쁨은 더 크다. 광주시축구협회장으로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한 그는 지난 2015년 “광주 축구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며 무보수 상근직으로 단장 역할을 맡았다.

야구 도시의 시민구단이라는 열악한 환경 탓에 매년 광주는 예산 문제로 신음했다. 2016년 선수단 임금체불 사태가 발생했고, 기업구단 틈에서 잘 버텼지만 2017시즌 2부로 강등됐다.

지난해 ‘꾀돌이’ 박진섭 감독으로 새 판을 짠 광주는 올 시즌 1위 독주 끝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기 단장은 “아무도 우리를 우승후보로 보지 않았다. 아슐마토프가 오면서 수비가 안정이 됐고 펠리페가 잘해줬다. 이으뜸도 소금 같은 역할을 해줬다. 올해는 뭔가 다 잘 맞았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 축구인 출신 단장의 기지도 빛을 발했다. ‘득점왕’ 펠리페가 상대의 집중 견제에 흔들릴 때 기 단장이 움직였다.

‘기성용의 아빠’로 유명한 기 단장은 금호고, 광양제철고에서 고종수, 김태영, 김영광, 윤정환 등을 길러낸 지도자이기도 하다. 펠리페가 시즌 두 번째 퇴장을 당하자 선수들의 심리와 팀워크의 중요성을 잘 아는 그는 ‘채찍’을 꺼냈다.

기 단장은 “경기가 끝난 뒤 ‘감독과 구단을 무시하는 행위다. 우리나라 문화는 다르다’며 크게 화를 냈다. 벌금을 세게 부과했다”며 “벌금 때문에 펠리페가 9월 월급을 못 받았다. 나중에 열심히 해서 우승하면 벌금을 면제시켜주겠다고 했다. 한국 문화와 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웃었다.

펠리페는 33라운드 안양전에서 멀티골로 팀 우승을 확정했고, 약속대로 벌금을 면제받았다.

우승 시상식도 치렀지만 기쁨의 순간은 짧았다. 당장 연봉 협상, 선수 영입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 역시 예산이 문제다. 기 단장은 탁월한 안목으로 좋은 선수들을 육성·영입하고, 높은 몸값에 이적시키며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시와 기업의 도움 없이 팀을 꾸려나갈 수 없다.

기쁜 순간보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던 지난 5년. 몇 년 전 탄탄한 기업구단의 사장 자리도 제안 받았지만, 축구 그리고 고향이 그를 잡았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이제는 엄마와 여행도 다니고 편히 살라고 한다. 그럴 때 ‘너는 고향을 모른다. 내 고향이고, 축구를 했기 때문에 너와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웃는다. 물론 힘든 순간도 많지만 광주FC는 아들 같다. 축구협회장으로 팀을 만들고 단장으로 팀을 키웠다. 늘 걱정되고 마음이 간다”며 “올 시즌 광주의 달라진 축구 열기를 느꼈다. 내년에는 전용구장에서 뛰게 된 만큼 초반에 좋은 성적 내면 더 많은 분이 오실 것 같다. 전용구장에 가득 찬 관중이 응원하고,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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